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잇따른 부도로 그동안 서울 용산을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해온 소프트웨어업체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연쇄 부도여파로 유통망을 잃은 이들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제품 판매처를 마땅히 찾지 못해 하루 하루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자체 대리점을 구축하지 못한 영세 소프트웨어업체들은 마땅한 유통망이 없는데다 대기업으로의 번들 또한 「헐값신세」를 면키 어려워 신제품을 개발하고서도 판매를 보류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용산 컴퓨터업체들의 부도로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부분은 제품이 판매되지 못한 데서 따르는 심각한 자금난이다.
새롭게 컴퓨터 응용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제품의 판매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신규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제품을 판매해보기도 전에 자금압박으로 대기업으로의 번들까지 고민하는 실정이다.
기존에 개발했던 제품으로 적절한 판매수익을 올렸던 업체들도 자금난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부도기업으로부터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데다 유통망 상실로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체 대리점이 없는 대부분의 영세소프트웨어업체들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세진컴퓨터랜드가 거의 유일한 상황이나 세진에 관한 악성루머들이 끊이질 않고 있어 업체들은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으로의 소프트웨어 번들도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속앓이를 해소시켜 주지는 못하는 상태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들을 번들로 제공하면서 턱없이 저렴한 로얄티만을 제시하고 있어 소프트웨어업체로서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품판매를 아예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자금압박이 심해도 결코 번들판매를 받아들일 수 없을만큼 제시가격이 낮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20만원 가까운 가격으로 제품을 출시했던 한 업체의 경우 최근 대기업으로부터 5백원의 로얄티를 제시받고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의 담당자는 『1천원의 로얄티도 턱없이 낮은 가격이지만 5백원의 로얄티는 아예 회사경영이 안되는 자금』이라고 거절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이같은 헐값 제의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할 경우 5백원도 안되는 로얄티에 제품을 번들제공하는 업체도 많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10만원이 넘는 소프트웨어들이 1만원도 안되는 잡지나 책 등에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경우도 여럿 발견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소프트웨어에서는 『실제 번들판매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통신판매를 비롯한 자체 판매망을 시급히 개척하는 한편 유통용과 번들용 제품을 구분해 개발하는 등 별도의 판매전략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