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창조] 나라법령 정보통신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던 법령정보 CD롬타이틀 「법누리」 발표회장에는 여느 제품발표회에서는 보기 드문 이례적인 광경이 연출돼 주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나라 현행법령 모두를 한 장의 CD타이틀에 수록했다는 「법누리」를 보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정계 및 각계의 법조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좌석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법누리」가 시연되는 동안 좌석 곳곳에서는 탄성이 쏟아져 나왔고 참석자들은 제품제작회사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법누리」 출시로 이처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곳은 지난 96년 7월에 문을 연 나라법령정보통신(대표 정문호).

창립된 지 1년도 채 못됐지만 나라법령정보통신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회사가 책자로 만들어진 두툼한 법전 대신 CD롬법전을 앞세워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법조계의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책장을 가득 메울 수십, 수백권 분량의 방대한 법조문들을 한자까지 모두 수록해 1장의 CD로 옮겼다는 점도 주위를 놀라게 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실제 이 회사가 최근 선보인 「법누리」에는 무려 5만2천여쪽 분량의 방대한 법령정보가 모두 수록돼 있을 뿐 아니라 7천여 단어를 설명한 법률용어사전, 민원사무 처리기준표, 전국 법조기관과 인명집이 수록돼 있다.

4년여에 걸쳐 구축된 법제연구원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50여명의 제작인력이 제품개발에 몰입, 본격적인 제작기간도 8개월이 넘는다. 작업기간 동안 억대의 자본이 투자됐고 각계 법률실무자들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노동력이 녹아들었다.

주위에서는 나라법령이 아니었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작업이라고도 얘기한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회사의 구성원들과 설립부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현금자산만으로 회사를 구성하는 데 반해 나라법령정보통신은 인적자산이나 기획력 등을 현금가치로 환산한 현물자산을 회사의 실제 자본금에 포함시켰다.

이 회사 정문호 사장이나 김찬훈 사업본부장 등 주요경영진들은 이같은 기획력과 인적자산을 투자한 회사의 주주들이다.

변호사, 사법연수원생, 공무원, 학생 등 각계의 법관련 실무자들을 불러모아 전담팀 형태로 구성한 이 회사 법률문화연구소는 이 회사 창립에 투자된 현물자산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예다.

회사 경영진들을 믿고 모인 이들 연구원들은 법률용어사전 제작을 위해 술 한잔의 인정에 숱한 밤샘작업을 자처했다.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이 회사 경영진들은 『회사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21세기 법령정보화 사회』라고 입을 모은다.

법령정보화라는 취지에 맞게 이달 말부터는 정치, 조약, 생활, 금융, 자치, 노동 등 해당 법령 및 판례, 해설이 곁들여진 분야별 법누리의 출시를 준비 중이며 오는 4월부터는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개설, 회원들을 대상으로(10월까지 무료공개) 수시로 변하는 법률정보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법령정보화라는 원대한 목표에 맞게 이 회사는 창업 1년 만인 올해 매출목표를 40억으로 산정했다. 매출달성을 위해 정부기관 및 상장회사, 학교 등 각계 각층을 겨냥한 별도의 영업전략도 짜여져 있다.

전국 곳곳에 법누리를 전파하는 일이 곧 무한의 노동력을 제공했던 후원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임을 생각하며 오는 98년에는 매출을 1백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