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번역과 더불어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전문 영상번역작가 박찬순씨(50).
영상번역에 대해 그가 설명하는 첫번째 특징은 영화나 비디오, 방송 프로그램 등을 번역하는 일이 책을 번역하는 것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외국어와 우리말 구사능력이 탁월해야 하는 것은 책을 번역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영상번역에는 프로그램 연출능력도 동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우의 입 모양과 표정에 걸맞은 단어를 선택해야 하고 성우들이 더빙하기에 적합한 문장으로 교정해야 한다. 시청자를 고려해 적절한 어휘를 선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고도의 훈련과 경험을 토대로 엄청난 인내가 있어야만 전문 영상번역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상번역작가라는 직업과 관련해 그가 제일 강조하는 점은 철저한 프로정신과 작가의식이다.
영상번역에는 별도의 기술도 필요하지만 영상번역작가는 번역가가 아니라 작가라는 것이다. 영상번역작가는 국민 문화와 정서에 걸맞게 새로운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프로작가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씨는 번역작가 자격시험에 대해 무척 비판적인 견해를 보인다. 작가가 어떻게 시험을 통해 선발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험 전형료를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일부 얄팍한 상혼이 무척이나 가슴 아프다는 지적이다.
번역작가에 대한 대우나 보수에 대해서 박씨는 『결코 만족할 수준이 못된다』고 잘라말한다.
영상번역작가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자격시험 등의 제도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들에 대한 대우 또한 같은 이유로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고 설명했다.
『영상번역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업정도로 하면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박씨는 숱한 밤샘작업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일은 고된 반면 보수는 그에 훨씬 못미치는 박봉일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번역가는 많아도 전문 영상번역작가라고 할 만한 사람은 많아야 2백명선이고 이 가운데 제대로 보수를 받는 사람은 방송사에 작가로 등록된 5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제대로 된 번역작가 교육과 적절한 대우 모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영화, 비디오에 이어 케이블TV와 비디오CD, CD롬이 등장했고 DVD타이틀 등장도 눈앞에 있습니다. 수준 있는 영상번역작가와 이들에 대한 적절한 저작권 보호, 처우 등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영상번역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과정을 꼭 원한다면 일부 학원이 개설한 교육과정보다는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추천한다.
교육과정으로는 MBC아카데미와 SBS아카데미, KBS와 서강대가 제휴한 서강아카데미 등에서 외화번역작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