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한국 브라운관산업 논문 발표

지난 30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국내 브라운관산업의 발전과정은 물론 앞으로의 발전을 위한 방향성까지 제시한 논문이 나와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리온전기 안일구 차장은 아주대학교 대학원에 제출한 「한국 브라운관산업의 기술발전과정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하의 석사학위 논문에서 『한국 브라운관산업은 초기의 도입기술 소화 및 개량단계와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의 내재화 단계, 그리고 80년대 후반 이후 기술창출단계를 거치면서 성장, 발전해 왔으나 아직 기술력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하고 『21세기에 국내 브라운관산업이 새로 도약하기 우해서는 자생적 기술혁신 기반을 확립,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 경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다각적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국내 브라운관산업은 68년 오리온전기가 최초로 일본의 도시바와 흑백TV용 브라운관 제조기술 도입계약을 체결한 것을 필두로 69년에 삼성이 NEC와 합작사인 삼성NEC를 설립하고 금성사가 74년 히타치와 기술제휴하면서부터 시작됐고 이같은 각사별 파트너 관계는 80년대 말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브라운관 핵심기술이 기술제공자인 일본 3사마다 모두 다르고 제조설비를 구축하는 데도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업체가 엄청난 희생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기술도입처를 변경할 수 없었는 데다 일본 업체들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기존 제품들을 기술제휴처에 이전하고 자신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는 국내 브라운관 3사가 도입단계에서 획득한 흑백 브라운관 기술을 소화흡수해 개량 발전시키면서 선진국의 성장기술인 컬러브라운관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내재화 단계로 이 시기에 유리벌브, 형광체, 섀도마스크 등 컬러 브라운관의 3대 핵심부품이 모두 국산화됐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국내 브라운관 3사가 도입기술을 소화해 급속한 기술신장을 이룩하면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제품 및 공정, 공법 등을 개량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나가기 시작하자 일본 기술제공사와의 공존체제는 무너지고 마찰을 빚게 됐다. 세계시장에서 동일한 기술의 제품을 놓고 국내 3사와 경쟁이 불가피해지자 일본 업체들은 기술제공을 기피하기 시작했으며 이같은 추세는 점차 심화됐다.

이에 따라 국내업계는 자체적인 연구개발능력을 축적하기 위해 80년대 중반께 모두 부설 기술연구소를 설립,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기술개발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국내 브라운관업계의 경쟁력은 턱없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한 업체의 경우 지난 86년부터 93년까지 기술도입 대가로 지불한 금액이 자체 R&D투자액의 1.5∼3.6배에 이르고 있으며 지난 93년에도 해외기술 의존도가 2백10%에나 달하는 등 해외기술 의존도가 타 산업에 비해 여전히 높다.

따라서 21세기에 국내 브라운관산업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영전략과 연계된 장기적 기술개발 목표 및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무엇보다 자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기술이전 기피가 심한 첨단기술의 경우 기업 또는 연구기관과의 국제공동연구에 참여, 개발기술을 공유함으로써 고도기술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일본에 편중된 기술도입처를 미국을 비롯해 EU국가들이나 러시아 및 동구권 국가들로 다변화하고 이들로부터 이전받을 수 있는 기술을 면밀히 분석해 기술교류를 확대함으로써 필요기술을 획득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정리=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