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현재 국내에서는 개발 초기단계에 있고 세계적으로도 아직 상용되지 않은 무선통신방식(RF)의 IC카드 시스템을 활용한 교통카드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어 외화낭비는 물론 국내 산업의 기술자립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토큰이나 회수권 등을사용하는 현재의 요금징수체계 대신 교통카드시스템 도입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둘러 교통카드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국내 교통카드시장을 외국 RF/IC카드업체에 고스란히 내주고 국내 업체들은 기술개발 기회를 박탈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RF/IC 카드시스템으로 교통카드시스템을 운용하고 있거나 도입을 추진중인 지방자치단체는 서울시, 부산시, 인천시, 대구시, 대전시, 광주시 등이며 경기도와 수도권의 위성도시 등이 교통카드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지방자치단체들은 각각 별도로 카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향후 시스템간의 비(非)호환성으로 적지않은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업계의 전문가들은 건설교통부 등 유관부처가 적극 나서서 교통카드시스템의 국산화를 지원하고 호환성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국내 교통카드에 채택되고 있는 RF/IC카드는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입증되지않아 세계적으로 상용서비스 사례가 없는 상태이며 우리나라 일부 도시에서만 교통카드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세계 각국은 RF/IC카드가 아직 국제표준인 표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감안,교통카드에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중이며 기술개발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업계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의 이같은 무분별한 도입으로 국내 교통카드 시장이 세계적인 선진 카드업체들의 제품시험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교통분야의 한 전문가는 『버스요금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통카드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재의 요금징수체계도 운용하기에 따라선 충분히 비리를 없앨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카드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교통카드시스템 구축사업의 조기추진은 엄청난 외화낭비를 부추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교통카드는 지금 당장 절실한 것이 아닌 이상 기술의 국산화와 전국 단위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교통카드로 일부 채택되고 있는 RF/IC카드 기술은 앞으로 등장할 접촉 및 비접촉방식을 동시에 지원하는 콤비 카드의 과도기적인 기술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이 콤비카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RF시장을 전적으로 외국산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