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간경제연구소에서 내놓는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보노라면 17년 전인 지난 80년의 위기상황과 아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5%대로 추락한 경제성장률, 눈덩이처럼 쌓여가는 경상적자, 설비투자 감소, 실업률 증가 등 곳곳에서 경제위기의 심각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올해의 비관적인 경기전망에 따라 경영목표를 수정하고 중장기 경영계획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임금동결, 감원, 사업축소 등 현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수요공급의 경제논리와 사인파(Sine Curve)를 그리는 경기사이클상 불황과 호황이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불황 때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해 앞으로 다가올 경기회복과 호황 때를 슬기롭게 맞이하느냐는 것이다. 기업의 불황극복 전략에는 다양한 전술이 동원되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지름길은 아마도 기업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율」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중요하게 고려되는 이유는 인간의 심리적인 속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인간에게는 『내 운명은 내가 통제하겠다』 또는 『내 일은 내가 결정하겠다』는 식의 소위 자기통제 욕구가 존재한다. 따라서 직무 자체의 의미부여와 함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돼야만 궁극적으로 동기유발과 생산성 증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서 직무의 자율성이란 구성원들이 독립성과 재량권을 가지고 자기 직업의 일정계획과 작업방법, 작업절차 등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만약 그 직무가 강압적이고 타율적이라면 동기유발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기업경영에 있서 개별 구성원들을 각자 개성을 가진 자주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하며 그들에게 더 많은 자율과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자율은 또한 적절한 내부경쟁을 필요로 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을 자율적으로 처리함에 있어 적당한 경쟁분위기를 느끼도록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이 주어진 자유와 권한을 더욱 생산적인 곳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경쟁이란 본래 자연생태계에서 종족의 우수성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강자와 치열한 생존경쟁 상태에 있는 종족은 많은 희생이 따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존에 필요한 우량특질을 유지 및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된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입장에서도 선의의 경쟁심리는 국민경제라는 전체 질서를 해치지 않고 산업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통제수단으로 작용한다. 불황을 극복하고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기업 내부의 경쟁력을 배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그 기업에 속한 구성원의 기본적인 자세는 중요한 인자다. 불황의 골이 깊을수록 얼마만큼 그 기업이 최고 경영자를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함께 느끼고 극복하기 위한 대응력을 갖는가가 중요하다. 그 대응력은 바로 전 구성원의 자율성과 경쟁심을 고취시켜 어떻게 힘을 발휘시켜나가느냐는 경쟁력과 일맥 상통한다.
어떤 조직, 어떤 기업이든 간에 모든 구성원의 본질은 사람이다. 따라서 경영의 모든 기본 모토는 사람의 힘에서 비롯돼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최고 경영자와 구성원이 『함께 생각하고 함께 땀흘려 함께 보람을 찾는다』는 모토 아래 기업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자율과 경쟁력이 합쳐질 때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게 되며 최근의 불황은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全禹昶 청주전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