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각 기업들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첨단기술이라고 해서 모두 시장경쟁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시장에서 명성을 누리던 첨단기술 제품이 소리없이 사라지는가 하면 제품출시 얼마되지 않아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는 제품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첨단기술 제품의 마케팅은 기존 제품의 마케팅 방식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첨단기술제품 마케팅 전문가인 조프리 A.무어는 그의 저서 「캐즘을 건너서(Crossing the Chasm)」을 통해 첨단기술제품 시장에는 소비자들의 특성에 따라 「낭떠러지 같이 크고 작은 균열(캐즘)」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상품은 가격에 의해 제품의 판매량이 결정된다. 가격이 하락하면 판매량이 증가하고 신제품이 출하되면 점차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다 얼마되지 않아 이 제품은 시장에서 완전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첨단기술제품의 경우에는 소비자군에 따라 전혀 다른 구매패턴을 보인다는 것이 무어의 주장이다.
첨단기술 제품의 마케팅은 기술수용 주기에 따라 소비자들이 기술애호가 집단인 혁신자그룹을 비롯 초기기술 수용자, 전기다수, 후기다수, 지각수용자 등 5개 집단으로 구분되고 이들 각각의 집단 사이에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주지 않는 이른바 「캐즘」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어는 이 캐즘을 뛰어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첨단 제품이라 할지라도 다음 소비자군의 호응을 받을 수 없게 되고 결국은 시장에서 퇴장하고 만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신경망 소프트웨어, PC홈뱅킹 등이 혁신자와 초기기술 수용자 사이의 캐즘에 빠져 제품으로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으며 한때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던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되지 못한 것도 캐즘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들어 애플, AT&T, 휴렛팩커드,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미국의 유명정보기술전문업체들이 이러한 캐즘을 뚜어넘기 위해 나름대로 독특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거나 수립중에 있다고 한다. NEC, 도시바 등 일본의 유명업체들도 미국의 첨단기술 컨설팅업체에 경영자문을 의뢰하는 등 「캐즘 뛰어넘기」에 경영력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정보기술업체들도 이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