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31)

사내의 물음에 독수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불.

그것은 선이다.

덕이다. 환희다. 본능이다.

제례가 있을 때마다 조로아스터는 목욕재계를 하고 손자국으로 얼룩진 황금빛 내 눈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나는 그 눈으로 선과 덕, 환희와 본능으로 타오르는 불을 보았다.

내가 본 그 불꽃을 그대에게 보여주겠노라. 조로아스터 성전의 불을 보여주겠노라.

불은 의식이다.

조로아스터교에서 불에 대한 의식은 역사적으로 대단히 큰 중요성을 지녀왔다. 공회의 불을 지피고 경배하였으며, 사원 주변의 풀밭을 성역화했다.

일반인들의 종교생활을 규제하는 것은 사제였다.

하지만 불의 사원에서 의식을 집전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에르바드라고 하는 특별히 훈련된 사제계급이었다. 에리바드는 매우 정밀한 통과제의를 거쳐 서품되며, 정화의례를 되풀이하여 늘 청정한 상태를 유지한다.

불의 사원은 겉에서 볼 때 다른 일반 건물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자들은 거기에 성화가 간직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굳이 특이한 외양으로 해서 외부인의 호기심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불은 오래 되고 많이 정화된 것일수록 더 신성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불을 정화한다는 것은 조로아스터교의 특징적인 면모이다. 일련의 길고 복잡한 의례를 거쳐 정화된 열여섯 개의 불을 합쳐서 만든 불을 신성하게 여긴다. 시체를 화장하는 불에서 얻어지는 것도 그런 불 가운데 한 가지이다.

많은 통나무를 사용해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의 불을 붙여 온다. 그 위 불꽃이 닿을락말락하는 지점에 금속숟가락을 하나 올려놓는다. 그 숟가락에는 작은 구멍이 파여 있고, 그 안에는 백단행 나무 조각이 들어 있다. 이 나무조각들이 발화하면 그것으로 새 불을 지핀다. 이 과정을 아흔한 번 되풀이하며, 그 동안에 계속 기도문을 암송한다.

다른 불도 이런 식으로 숟가락을 사용하여 정화한다. 벼락으로 일어나 불이나 부싯돌로 만든 불, 우상을 숭배하는 사원, 또는 가정의 불 등으로부터도 따온다.

그리하여 열여섯 개의 불이 모이면 입을 천으로 가리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사제가 그것들을 한데로 합하여 사원내 불의 방에 안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