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황금어장 중대형 서버 시장을 잡아라

「황금어장을 잡아라」 이는 국내 진출해 있는 20여 외국계 중대형 서버업체 및 국산 주전산기 업체에 최근 떨어진 지상명령이다.

이들 업체는 어림 잡아 9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올해 국내 중대형 서버 시장을 잡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이제 만선의 꿈이 담긴 깃발을 올리며 황금어장을 향해 나아가 힘차게 그물질만 하면 된다. 그런데 최근 이 황금어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태풍이 불어닥쳐 대군단을 이루려던 어군이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한보사태와 경기 부진에 따른 국내 기업의 투자 축소 움직임이다.

예기치 못했던 한보 태풍은 중대형 서버 업체에게는 연초 구상했던 영업작전 시나리오중 최악의 경우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중대형 서버 업계는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보다는 못하지만 올해 국내 중대형 서버 시황이 평년 수준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수출부진과 내수경기 위축으로 기업의 전반적인 설비투자 확대 움직임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산투자만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이러한 중대형 서버 업계의 낙관적인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한보 사태다. 한보철강의 부도 여파로 일부 은행장이 구속되고 여기에 연루된 은행 임원진 문책이 뒤따를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모든 투자 집행이 보류되고 있다. 이는 중대형 서버 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국내 중대형 서버 시장에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차지하는 몫이 가장 큰데 이 부문의 수요가 일지 않는다는 것은 곧바로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중대형 서버 시장중 금융권이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이어 정부 및 공공기관이 30%, 제조업이 20%, 통신, 서비스와 기타부문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기본 정설이다.

여기에다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손이 증가하고 국내 제조업계의 투자 축소 움직임까지 겹쳐 중대형 서버 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올 들어 지금까지 헛물만 잔뜩 켰다.

각가지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그래도 중대형 서버 업계를 반갑게 한 소식은 정부의 공공투자 대폭 확대 방침이다. 정부는 최 0근, 민간부문의 투자가 위축돼 국내 경제 가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질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공공부문의 투자를 대폭 늘리는 한편 집행을 앞당기는 경기부양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국내 중대형 서버 시장의 30%를 점하는 공공부문의 전산투자가 조기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대형 서버 업체들은 최근 발생한 악재에 일단 당혹해 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조만간 금융권이 안정을 되찾아 보류했던 전산투자 집행을 재개하고 제조업의 전산 투자가 본격화해 2, Mbps분기부터는 서버 수요가 크게 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은 태풍을 피해 그물을 다시 손질하고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중대형 서버라는 황금 고기를 낚기 위해 낚싯대와 그물에 해당하는 서버와 솔루션을 재정비하고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중대형 서버 업체들이 최근의 악재를 바탕으로 새로이 도출해 내고 있는 시장전략은 업체에 따라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종 다양화를 통한 신시장 개척과 솔루션 중심의 영업을 구사하자는 데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중대형 컴퓨터업체중 윈도NT 기반의 소형 서버에서 메인프레임급의 대형 엔터프라이즈 서버까지 기종의 라인업을 갖춘 업체는 사실상 한국IBM 이외는 없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올 들어 이같은 양상이 변화되고 있다.

우선 메인프레임급 엔터프라이즈 서버 사업에 치중해온 한국유니시스와 한국후지쯔가 최근 들어 유닉스 서버 기종을 다양화하면서 유닉스 서버 시장을 강력히 밀고 들어오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IBM, 한국유니시스와 한국후지쯔는 기존 대형 엔터프라이즈 서버의 가격을 현격하게 내려 가격으로 메인프레임 영역을 공략해 오던 기존 유닉스 서버 업체들의 공세를 차단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존 전용 운용체계 방식의 메인프레임에 개방성을 강화, 유닉스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인프레임급 엔터프라이즈 서버 업체들이 중소형 유닉스 서버 시장을 넘보는 것과 반대로 기존 유닉스 서버 업체들은 기종의 다양화와 더불어 서버의 확장성을 높여 대형 서버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가고 있다.

한국NCR가 초병렬처리(MPP) 방식을 이용해 서버 성능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는 범용 유닉스 서버를 대거 출시한 것을 비롯, 지멘스피라미드코리아는 대칭형 멀티 프로세싱(SMP) 방식의 서버와 MPP방식의 서버를 클러스터로 연결한 대형 서버를, 쌍용정보통신은 비균등 메모리 접근(NUMA) 방식을 이용해 설계한 시퀀트의 대형 유닉스 서버를 각각 공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쌍용정보통신이 최근 본격적으로 공급에 나서고 있는 시퀀트 기종에 채용된 NUMA 기법은 SMP 기법과 MPP 기법의 장점만을 취합한 첨단 중대형 서버 설계방식으로 알려져 올해 국내 중대형 서버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올해 국내 중대형 서버시장에서 주목되는 변수는 그동안 이 시장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한국실리콘그래픽스가 기존 중대형 서버 업체들에게 도전장을 과감하게 냈다는 것이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한국실리콘그래픽스는 워크스테이션만을 공급해 왔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특히 최근 내무부가 추진중인 전자주민증용 전산시스템으로 슈퍼 서버를 대량 공급하는 개가를 올려 올해 국내 진출 외국 중대형 서버업계의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다.

또 그동안 공공부문에 의존해온 국산 주전산기 업체들도 최근 들어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 외산 업체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해 나간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한편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한국HP와 한국디지탈은 신속한 기종 업그레이드와 대폭적인 가격인하 전략으로 여타 유닉스 서버 업체의 거센 도전에 대응하고 있으며 나아가 메인프레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중대형 컴퓨터 업체들 상당수가 지금까지 고수해 오던 특정 영역을 벗어나 기종의 다양화를 통해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은 칩과 시스템 아키텍처 등 서버 관련 테크놀로지의 혁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고기능화로 각 밴더의 서버 기종간 차이가 별로 없어지고 있다. 인텔칩을 CPU로 사용하고 있는 업체의 유닉스 서버들은 외형상 기능은 대동소이하다. 물론 非인텔 계열의 독자적인 칩을 탑재한 유닉스 서버들도 대부분 64비트 시스템으로 밴더간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유닉스 서버 업체들은 제품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요소로 시스템 아키텍처를 들고 나오고 있다. 즉 칩은 같지만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시스템 아키텍처라는 것이다. 일부 유닉스 서버 업체들은 시스템 확장성을 최대한 높혀 메인프레임에 버금가는 대형 엔터프라이즈 서버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스템 아키텍처 기술도 점차 범용화해 제품차별화 도구로서 활용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유닉스 서버 업체는 물론 메인프레임 업체들이 요즘 들어 제품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안이 바로 솔루션이다.

각 기업의 업무 환경을 최적화할 수 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의 경우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때 솔루션을 먼저 결정하고 여기에 적합한 중대형 서버를 선택하고 있다. 과거 서버 업체로 하여금 솔루션을 찾아 하드웨어와 함께 공급토록 했던 것과는 격세지감을 보이고 있다. 이제 솔루션의 지원이 없는 중대형 서버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전산시스템의 공급 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중대형 서버 업체들은 우수한 솔루션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대형 서버 업체들이 지금까지 직판에 의존하던 판매방식을 대리점을 통한 간접판매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도 하나의 주요 흐름이다. 올 연말께면 메인프레임도 대리점을 통한 간접판매 방식으로 팔려 나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