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살롱] 인터넷 정보검색사 최고령합격 변재관씨

당신은 H, O, T를 어떻게 읽으십니까. 만약 「핫」이라고 발음했다면 당신은 「쉰세대」입니다. 「신세대」라면 누구나 에치 오 티라고 합니다. 이 유머는 쌍둥이간에도 세대차를 보일 만큼 초스피드로 변해가는 사회 환경 속에서 신세대와 구세대를 가르는 여러 가지 기준 중의 하나이다. 만약 60대의 「할아버지」가 H, O, T를 「에치 오 티」라고 읽었다면 그는 신체적 연령과는 무관하게 정신적으로는 분명 신세대에 속한다.

변재관씨(서울광학 전무)는 1933년생이니 올해 64세. 그는 최근 정보통신진흥협회가 주관한 인터넷 정보검색사 시험에 응시, 최고령으로 합격한 사람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신세대의 전유물이나 상징쯤으로 여겨지는 인터넷에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관심을 갖고 심지어 검색사 시험에까지 도전해 당당히 합격한 그는 유별나다는 시각을 단호히 거부한다.

변재관씨는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그런 평범한 진리에 나이를 왜 따지느냐』는 한마디로 기자의 첫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가름했다. 스스로 배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나이만 부각시키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연령이 사회생활의 모든 것을 재단하는 한국 사회에서 손자 뻘 되는 사람들과 어울려 인터넷에 도전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지 않았겠느냐는 「추궁」에는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중장년층이 느끼는 컴퓨터 공포증은 우선 자판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변씨는 이미 수십년 전에 타자기를 익혔다. 『군 복무를 해병대 사령부에서 했는 데 타자기를 다루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했다. 그래서 타자학원을 다녔다』고 했다. 이 때문에 『자판에 대한 공포도 없고 컴퓨터에 친근감 혹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필요하다고 생각된 것은 닥치는대로 배웠다. 기업체에 입사해서는 회계업무에 필요할 것 같아 초등학생들 틈에 끼여 주산도 배웠다. 80년대 초에는 컴퓨터가 하고 싶어 6개월 과정의 학원 프로그램 강좌에 등록하기도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컴퓨터에 몰입한 것은 지난 93년부터라고 한다. 회사 인근(인천 남동공단)의 한 학원에서 4개월 컴퓨터 OA과정을 수료했다. 목표는 워드프로세서 검정 1급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소한 용어와 이공계통의 기초지식이 필요한 이 강좌는 인문계 전공과 업무만을 해 온 그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또 젊은이들도 한 달이 채 못돼 수강생의 40% 이상이 중도 하차하는 모습을 보면서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변재관씨는 『한 번의 과정으로는 도저히 소화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똑같은 강좌를 3번이나 되풀이해서 들었다. 그 때야 비로소 컴퓨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4개월 과정을 그는 1년 내내 반복 학습했다는 것이다. 시험도 치렀다. 3급은 거뜬히 합격했지만 목표인 1급은 나이 탓인지 손놀림이 빠르지 못해 이루지 못했다.

변재관씨는 지난해부터 언론을 「도배」한 인터넷 관련 기사를 보고 새로운 도전 거리를 찾았다. 계기는 서울 신촌에 인터넷 카페가 문을 열었다는 기사였다.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시간을 내지 못했다. 그런 사이 인천지역에 I-SPACE라는 인터넷 카페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을 통해 인터넷에 입문했다.

그는 『카페에서 인터넷도 해보고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주일에 12시간 가량 진행되는 강의도 들었다』고 했다. 인터넷 카페가 그의 공부방이자 실습장이 된 것이다. 그는 이 카페의 웹 사이트에 개인 홈페이지(http://netinfo.ispace.co.kr/∼jkpyun)도 제작, 올려놓고 있다

변재관씨는 이번에도 검색사 시험을 목표로 했다. 카페 강의와 함께 아예 한국무역정보통신에서 실시하는 전문강좌에 등록했다. 교육장이 강남이어서 인천에서는 직행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이용해야 했다. 오가는 데에만 4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그는 주말 6개월 과정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수강했다고 한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빠져 보겠다는 그의 「욕심(?)」은 각종 수험서를 사보고 잡지를 구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그는 일본어에 능통, 교보서적에서 출판되는 일본의 인터넷 관련 서적을 집중 구입, 탐독했다. 그는 지금도 일본 잡지를 정기 구독하고 있다.

변재관씨는 이와 함께 『언론 매체에서도 다양한 인터넷 정보를 얻었다. 교육방송에서 방영하는 인터넷 교육 프로그램은 빠지지 않고 시청하고 전자신문에서는 최신 인터넷 정보를 살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인터넷 수험서나 활용서들이 너무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련 정보를 소개하는 다양성의 부족도 아쉽다』고 말했다. 이것들은 그가 일본의 출판물과 함께 실제로 읽어보고 내린 결론이다. 일본의 인터넷 출판 수준이 부럽다고 한다.

이 정도면 변재관씨를 컴퓨터 마니아로 치부하기 쉽고 집에도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을 갖추어 놓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의외로 그의 집에는 PC가 없다. 한 대가 있었지만 자식에게 양보했다고 한다.

그가 사용하는 PC는 회사 책상 위에 있는 286PC가 유일하다. 변재관씨는 『업무가 전산부문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고기능 제품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낀다. 286으로도 업무 회계처리나 공문서 작성 등이 충분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데 별다른 불편이 없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 공부와 활용은 인터넷 카페를 주로 이용한다.

60대에 컴퓨터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 가족들의 만류도 있었을 법하지만 정작 그의 가족들은 환영했다고 한다. 변재관씨는 『유일한 취미이자 가장 좋아하는 것이 술이었는 데 인터넷 시험을 앞두고는 술도 끊고 컴퓨터에만 몰두하니 가족들은 오히려 좋아했다』고 웃었다.

그는 인터넷 전문가 자격을 획득하고 책을 쓰는 것이 새로운 목표이다. 전문가과정은 아무래도 영어가 열쇠가 되기 때문에 요즈음은 영어공부에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책은 나이 탓인지 노인들의 건강과 사회생활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싶단다. 물론 여기에도 인터넷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