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SW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CD롬 타이틀이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친숙해져가고 있다. 게임을 제외한 국내 CD롬 타이틀의 96년도 시장 규모가 최소한 2백억∼3백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니 짧은 기간에 비해 많은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추정금액의 대부분을 교육용 CD롬 타이틀이 차지하고 있어 멀티미디어 하면 교육용 CD롬 타이틀이 먼저 연상되는 것 같다. 한편에서는 교육용 CD롬 타이틀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인으로서 판단해 보건대 장기적으로 유망한 분야는 게임과 교육으로 대별된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유아 교육과 학교 교과과정에 따른 교육 분야는 멀티미디어 SW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
국내의 높은 교육열과 특수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80년대부터 일어나고 있는 각종 학습지 시장과 사교육 분야의 학원 산업들이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이러한 사교육 선호양상이 널리 퍼졌겠지만 멀티미디어 SW 제작자로서 볼 때 이러한 현상들이 꼭 부정적인 측면만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처럼 높은 교육열과 사교육 분야에서 개발해 온 많은 교육 자료들을 멀티미디어라는 새로운 표현 방법과 날로 발전하는 통신 분야와 접목시켜 멀티미디어 교육으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용 SW에서 멀티미디어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이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 본 사용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내 한 연구소의 통계에 의하면 39%의 가정이 PC를 보유하고 있고, 83%가 486급 이상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각 가정의 컴퓨터 사용 환경들이 점차 나아지고 있고 멀티미디어와 교육의 연계가 효과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기존 매체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각종 교육용 자료들은 멀티미디어화해야 할 때가 충분히 됐다고 본다. 예전에는 기존의 교육 자료를 멀티미디어 형태로 재가공하고 싶어도 전문 인력의 부족과 기술의 난이함 때문에 선뜻 참여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문제들도 많이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원들을 이용해 보다 많은 회사들이 기존 매체의 형태로 보유하던 교육 자료들을 훌륭한 교육용 멀티미디어 SW들로 양산했으면 좋겠다. 물론 멀티미디어 SW를 제작하려면 기존 매체의 제작비에 비해 훨씬 많은 개발 비용이 들어 출판사들의 경우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도 선뜻 멀티미디어 SW 제작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멀티미디어 전문 제작사와 공동 제작을 하거나 학계, 연구소와 공동 제작을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과감한 자기혁신 없이는 급변하는 시대의 조류에 동화하지 못하듯이, 적극적인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 앞을 내다보는 모습으로 열린 마음을 가져야 곧 다가오는 초고속 통신시대에도 살아남는 사업자가 될 것이다.
모든 분야가 급속히 개방되고 있다. 교육 분야 특히 멀티미디어 교육용 SW 분야도 더 이상 개방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MS DOS 환경에서 한글이라는 우리만의 독특한 언어환경이 SW 분야의 유일한 보루였다. 그러나 MS 윈도라는 체제에서는 이 유일한 보루마저 없어진 지 오래다. 많은 선진국 제품들이 교육 분야에도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 인터넷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하면 외국 교육용 제품의 한글화도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많은 분야에서 멀티미디어 교육용 SW들이 연구 개발돼 우리의 후손이 양질의 우리 것으로 교육을 받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박지호 세광데이타테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