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의 승부사」하면 금방 떠오르는 직업이 있다.
30초란 아주 짧은 시간내에 소비자들을 사로잡아야 한는 CF감독을 일컫는 말로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중의 하나다.
멀티미디어 타이틀 전문제작업체인 이포인트의 장배준씨 (37)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촉망받던 CF감독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미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으로 그래픽작업 능력을 갖춘 몇 안되는 CF감독으로 LG애드, 광고방등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에서 기아자동차 엘란, SBS모래시계 타이틀 등을 제작하는등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가 최근 CF감독이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뒤로 하고 일대 변신을 꾀해 주위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를 사로잡은 일은 국내에서 아직까지 홀대받고 있는 게임제작으로 그가 맡은 일은 게임제작을 총괄 지휘하는 게임PD다.
『국내에서는 게임PD라는 용어가 아직 낯설지만 게임산업이 발전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영화감독 못지않게 젊은이들로부터 크게 각광받는 직업중의 하나입니다』
사실상 국내 게임PD 1호로 데뷔한 장감독은 CF제작을 통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오락성뿐아니라 영상미와 작품성을 지닌 게임을 제작해 국내 게임제작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힌다.
장감독이 게임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인연으로 시작됐다. CF제작 일로 이포인트의 디지탈 영상사업부를 자주 오가던 장감독은 게임제작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조명진사장으로부터 함께 게임을 제작해 보지 않겠느냐는 뜻하지 않은 제의를 받게 됐으며 평소 멀티미디어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이를 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평소에 게임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특히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트트나 디아블로 같은 게임은 게이머를 사로잡는 연출력이 아주 돋보이는 작품으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는 게임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는 국산게임이 그래픽이나 프로그래밍 등은 외국 게임과 비교해 거의 손색이 없으나 게임제작을 기획, 연출하는 전문 게임PD가 없어 완성도 높은 작품이 배출되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낸다.
즉 외국에는 게임을 전문으로 연출하는 게임PD가 있어 기획, 시나리오단계에서 부터 프로그래밍, 그래픽, 음악 등 각 부문을 총괄 지휘해 한편의 영화처럼 짜임새 있는 게임을 제작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프로그래머가 중심이 돼 게임을 제작함으로써 완성도면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임제작도 영화나 CF제작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특히 요즘엔 게임과 영화의 접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영화제작기법을 게임에 응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사실에 비추어볼 때 앞으로 게임도 영화처럼 감독의 연출력에 의해 흥행이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최근 이포인트가 처녀작으로 기획한 슈팅형 액션게임인 「사이버 2070(가제)」이라는 작품을 통해 게임PD로 데뷔했지만 그동안 출시된 그 어떤 국산게임보다도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 만큼 연출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처럼 자심감을 갖는데는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 몫하고 있다. 최근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이포인트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20억여원의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워크스테이션 등 게임제작에 필요한 기자재 구입에 전량 투입하는등 장감독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
장감독은 현재 연출작업중인 「사이버 2070」이 끝나면 워크래프트나 커맨드앤퀀커처럼 게이머들에게 오래토록 사랑받을 수 있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특히 후배양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감각을 갖고 있는 젊고 유능한 게임PD를 적극 육성해야 향후 국내 게임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어째든 CF감독 출신의 전문게임PD가 연출을 맡은 「사이버 2070」이 게이머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