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통업계 여성파워 시대 (3);삼성 판매여왕 김영애씨

「경주의 오토바이 우먼」.

풍성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그녀의 오토바이는 날쌔게 달린다. 경주와 포항일대를 주무대로 가가호호 그녀의 오토바이 엔진소리를 듣지 않은 곳은 없다. 가전제품 판매 6억3천만원.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그녀는 날쌘돌이 오토바이와 함께 해냈다.

김영애(42세)씨. 삼성전자 주부사원 CS LADY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주인공. 95년도에 이어 지난해에도 2년 연속 1만5천명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판매여왕」의 자리에 오른 기록적인 인물이다.

『뚱보아줌마라는 별명이 더욱 친근감을 주는 모양입니다. 부담없는 웃음으로 고객을 대하고 너스레를 떨대면 고객과 제가 한가족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역시 성의있는 자세가 오늘의 영광을 가져다 준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루 평균 30여명의 고객과 구매면담. 이어 1백50여곳의 거래처를 방문. 김영애(42세)씨의 오토바이 타이어는 6개월이 못간다. 가능한한 발로 많이 뛰는 것이 최선의 판매비결이라고 생각한 까닭에 주위에선 그년의 풍성한 체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그녀의 낙천적인 성격이 하루해를 반나절로 줄이고도 넉넉한 체구를 유지할 수 있게한 요인이라고 평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서 뒤쳐지지 않고 남보다 한발 앞서 나갈려면 일에 미쳐야하고 판매방법을 차별화해야 합니다. 남들과 똑같이 한다면 역시 남들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습득한 자기 노하우가 있어야 1인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밤낮을 안가리고 고객과 관련된 일이라면 열성적으로 나섰던 김영애씨는 지난달 탈이났다. 무쇠가 아닌다음에야 견뎌낼 수 있겠는가. 보름간 병원에 입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로 4천만원 상당의 매출을 올려 지켜보는 사람들을 또한번 놀래켰다. 김씨는 95년도에도 6억원의 매출을 올려 판매여왕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역시 6억3천만원의 엄청난 매출고를 기록해 2년연속 왕좌에 등극하는 기록을 세웠다.

하루 최고 8백90만원어치의 가전제품과 연간 2백대 이상의 에어컨을 판매, 걸어다니는 대형대리점이란 또다른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그년의 마케팅 전법은 일주일중 수, 목, 금, 토요일 4일간은 신규 고객을 만나거나 고정고객의 경조사 등의 일상적인 방문에 전념하고 월, 화요일 이틀간만을 판매에 주력하는 것. 빼곡히 들어찬 수첩의 명단이 그녀의 전재산이다.

11년전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은 후 줄곧 한길만 걸어온 그녀는 『제품의 성능을 완전히 파악, 필요한 제품을 시기적절하게 권유함으로써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것』이 판매의 첩경이라고 말한다. 바쁜 시간중에도 김씨는 한달에 한번 이상은 불국사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성애원)에 방문한다. 수년간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앞장서왔다.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만이 어려움을 안다. 지난해 판매여왕을 수상하면서 상금으로 받은 7백여만원을 이웃 노인경노잔치와 불우이웃돕기행사에 대부분 기증했다.

『판매는 천직입니다. 남의 대문을 두드리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오기가 발동합니다. 오토바이의 엔진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의 강한 박동소리를 듣습니다. 어쩔 수 없는 천직인가 봅니다』

삼성 뚱보아줌마가 환하게 웃는다.

<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