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오라클8" 개발배경과 세계 DBMS 시장 전망

올 여름 발표예정인 오라클의 차세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오라클8」이 최근 전세계 28개국에서 최종 베타테스트에 돌입함으로써 제품의 윤곽을 드러냈다.

「오라클8」은 외관상 기존 관계형(Relational)방식의 「오라클7.3」을 승계하는 후속버전이지만 기능과 속성 면에서는 전혀 새로운 제품이다. 이 새로운 면이 바로 객체지향형(Objectoriented) 기술이다. 이에 따라 「오라클」시리즈는 이제 객체관계형(OR)계열 DBMS로 거듭나게 됐다.

RDBMS를 창시했으며 지난 10년 동안 시장의 맹주였던 오라클이 OR계열 제품을 발표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컴퓨터업계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라클8의 발표는 오라클의 제품전략 변화는 물론 세계 DBMS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해온 RDBMS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심사는 대략 두 가지로 모아지고 있는데 하나는 RDBMS 맹주인 오라클이 그동안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채용을 기피해왔던 객체형기술을 마침내 수용하게 된 배경에 대한 것이다. 또 하나는 기존의 수많은 관계형 데이터들이 어떻게 객체형 기술환경에서 유지되고 보호받을 수 있느냐, 즉 RDBMS에서 ORDBMS로의 기술적 이전에 관한 문제다.

첫번째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90년대 이후 소프트웨어 재사용과 같은 과제가 대두되면서 대안으로 제시된 객체형기술이 이제는 모든 컴퓨터분야를 지배하게 됐다는 차원에서 풀이하고 있다. 즉 인포믹스와 CA와 같은 경쟁사들이 이미 이 분야 신제품을 발표했거나 준비중이어서 오라클이 더이상 ORDBMS를 거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객체형이 대세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의 수용을 늦춰온 것은 마땅한 기술확보가 어려웠던데다 갑작스런 전환에 따른 고객혼란도 무시못할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두번째 관계형에서 객체형으로의 이전에 대한 과제는 오라클8 베타에서 제시된 「오브젝트 뷰」가 해법인데 그 신뢰성이나 효용성에 대한 평가는 정식 버전이 발표된 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베타버전을 통해 드러난 오라클8은 기존 오라클7.3에 객체지향기술을 통합하고 다시 「데이터카트리지」라는 새로운 개념의 확장기술을 추가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같은 성격의 오라클8은 非벡터형(스칼라), 관계형, 웹, 텍스트, 비디오 등이 어우러진 비정형데이터와 멀티미디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또 DBMS 고유의 성능도 강화돼 대규모 온라인트랜잭션처리(OLTP)와 데이터웨어하우징(DW)분야를 포함할 것으로 기대된다.

OR계열 DBMS로서 오라클8은 관계형으로 저장된 데이터 테이블을 객체형(오브젝트)으로 바꿔주는 「오브젝트 뷰」와, 반대로 객체형을 관계형 테이블로 전환해주는 「릴레이셔널 뷰」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오브젝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관계형타입시스템(OTS)과 공통인터페이스인 개방형타입관리자(OTM)를 제공한다. 데이터카트리지는 객체 프로그램들을 무한정 연결(확장)할 수 있는 기술로 넷스케이프의 「플러그인」이나 인포믹스의 「데이터블레이드」에 비교되는 것. 「데이터카트리지」를 통해 확장될 수 있는 것은 공간(Spatial), 비디오, 웹 등 다양하며 현재 1백여 협력사가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중이다. 「데이터카트리지」는 오라클이 독자적으로 정립한 통합 컴퓨팅 기반 「네트워크컴퓨팅아키텍처」(NCA)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존 RDBMS공급사가 ORDBMS를 선보였거나 개발중인 곳은 컴퓨터어쏘시에이트(CA)와 인포믹스. CA는 지난해 8월 RDBMS 기반의 「오픈잉그레스」와 객체기술을 혼합한 「재스민」을 발표했다. 인포믹스는 지난 95년 인수한 일러스트라 테크놀로지사의 「데이터 블레이드」기술을 자사의 「온라인다이내믹서버」와 통합한 새 OR계열 제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90년대 초반 한국계 벤처기업인 유니에스큐엘과 일러스트라가 처음부터 ORDBMS를 발표, 주목을 끌었으나 RDBMS시장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세계 RDBMS시장의 절반 가량을 독점하고 있는 오라클의 ORDBMS시장 가세는 이제 이 시장향방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