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부설 사회교육원 인단 개설

대학부설 사회교육원이 늘어남에 따라 중견 전문인력의 단기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학원들이 수강생들의 급격한 감소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 여파는 기술인력의 체계적인 구조가 필요한 정보처리업계의 초급전문가 부족현상으로 이어져 정보산업 전반의 인력난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95년 사회교육법을 개정하면서 대학이나 전문대학은 대학의 특성에 맞는 사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반강제성 의무규정을 추가했다. 대학들은 이 규정을 근거로 부설 사회교육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연세대와 고려대, 광운대, 명지대, 이화여대 등 80여개 대학이 부설 사회교육원을 설치했으며, 여기에는 전자계산학과가 대부분 개설돼 있다. 그런데 사회교육원의 상당수가 단기 인력배출보다는 학위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독학사 대비반의 성격이 짙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학생들이 대부분인 이들 사회교육원생은 단기교육을 통해 사회진출보다는 독학사시험에 합격, 대학에 편입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기 전문가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전자계산원을 비롯한 전산전문학교, 일선 정보처리학원에 때아닌 학생 부족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또 초급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정보산업계 역시 이들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2년과정의 숭실대 전자계산원은 올해 졸업생 5백60여명 가운데 수료전에 이미 취업이 끝날 정도이며, 6개월 과정을 개설한 일선 정보처리학원도 5개월째부터 취업의뢰가 들어와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취업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이들 단기과정 학원의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초급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숭실대와 동국대, 한남대 등 전자계산원은 주간 학생만을 겨우 모집할 정도이며, 일선 정보처리학원은 50% 이상 수강생이 줄어들어 2년 사이에 수십개의 학원이 문을 닫거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학원으로 전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찬수 숭실대 전자계산원장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경쟁률이 3대1이 넘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몰렸는데 지난해부터 야간에 응시하는 학생들이 모집 정원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전반적으로 대학 재수생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사회교육원의 급증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회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그전에 10여개였던 교육원은 95년부터 2년 사이에 60여개가 새로 생겼으며, 현재도 많은 대학들이 사회교육원을 개설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들 사회교육원은 평생교육보다는 학위취득을 목적으로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정보처리분과위원회 이종남 위원장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정보처리학원은 1백60여개에 이르는데 수강생이 급격히 줄어들어 몇몇 대형학원을 제외하고는 현재 심각한 재정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는 학벌 위주의 사회풍토를 고려하지 않고 아무런 설치기준도 없이 사회교육원내 정보처리분야를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정보처리학원으로 인가받기 위해서는 60의 강의실과 1백50의 실습실 시설에 30대 이상의 터미널을 연결, 사용할 수 있는 1대 이상의 중형 컴퓨터를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는 반대로 사회교육법에는 시설요건에 대해 명시된 항목이 없으며, 다만 대학의 시설을 교육에 지장이 없는 한 사회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일선 학원 관계자들은 그런 상황하에서 사회교육원이 프로젝트 위주로 운영해야 할 정보처리분야를 심도있게 다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광운대 전산사회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사회교육원 대부분이 평생교육보다는 독학사 대비반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사회교육원을 수료하면 교양과정과 전공과정의 필기시험이 면제되고 마지막 단계인 종합시험만을 치르기 때문에 학사학위 취득이 2년 만에 가능할 수도 있어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광운대 사회교육원의 경우 정보처리학과와 전자계산학과를 개설하고 있는데, 올해 1천1백명을 모집했다. 교육과정도 독학사 위주로 편성, 국어와 국사를 비롯한 교양과정과 C언어, 코볼, 전자계산기구조 등 전공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에 숭실대 전자계산원 정보처리학과 교육과정은 시스템분석설계와 논리회로, 유닉스, 프로그래밍언어 등 실전 교육위주로 이뤄졌다.

정보처리분야는 수직적 형태의 인력관리가 필요하다. 그런 체계적인 인력 수급형태에 사회교육원내 전산부문의 양산은 그렇지 않아도 정보산업 인력난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지적되는 상황에서 초급 전문가 부족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학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교육부 산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운영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양봉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