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권 서초동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제전자센터가 29일 화려한 테이프를 끊는다. 굴삭기 기계음이 시작된 지 3년 6개월만의 일이다.
세운상가, 용산전자상가에 이어 강남 핵심지역인 서초동에 굴지의 전자상가가 탄생했다. 전자산업 발전과 함께 전자유통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단면이다. 한국의 미래산업은 전자산업이다. 또 전자산업을 꽃피워줄 산업은 전자유통이다. 결국 전자유통은 전자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 하며 성장할 미래산업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국제전자센터 설립취지는 바로 이 두 미래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데 있다.
연면적 3만5천평. 지상 24층 지하 7층. 용산전자상가의 꼬리를 물고 새롭게 탄생한 국제전자센터의 규모는 한마디로 매머드급이다. 인근 지역에서 가장 우뚝한 빌딩은 국제전자센터다. 그만큼 당당한 위용을 갖추고 있다. 부근에는 남부터미널과 아크리스백화점, 예술의 전당이 있다. 지하철과 육로교통이 훤하게 뚫린 교통의 사통팔달 지역이다. 이렇게 중요한 상권에 전자상가가 생기게 된 것은 무슨 까닭일까.
미래는 멀티미디어의 시대다. 사람의 모든 편의가 컴퓨터와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고 인공지능(AI)도 일반화된 시대가 도래한다. 따라서 컴퓨터와 가전 등 전자제품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가전제품은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컴퓨터 역시 보급이 확산되고 있고 모르면 컴맹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정도로 보편화하고 있다.
현재 백화점이나 창고형 할인점 등 시중 유통점 매출 대부분이 패션이나 일반잡화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곧 다가올 미래에는 전자제품 수요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또 구매와 판매방식도 변한다. 직접 매장에 나가 구매하던 방식을 탈피해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사고 판다. 이른바 「사이버마켓」이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탄생하게 된 것이 국제전자센터라고 보면 된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일컫는 사이버마켓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게 국제전자센터의 야심찬 계획이다. 첨단정보시대에 걸맞게 판매와 결제, 물류와 AS를 모두 전자상품정보시스템(EPIS)를 통해 이루겠다는 것이다.
『미래사회는 전자 시대입니다. 상가도 기술발전을 수용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므로서 생산업체, 상가, 소비자가 일원화된 정보공유 풍토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일을 국제전자센터가 해내겠습니다』
국제전자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외형상 매장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적인 구성도 타상가와 차별화된 것이 국제전자센터의 특징이다. 인트라넷을 구축함으로써 혁신적인 물류비용 절감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이 회사는 예측하고 있다. 질 좋은 상품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각 매장에 설치된 컴퓨터 화면으로 제공되고 상인들은 싼 제품을 구입해 싸게 판매함으로써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을 통한 원가절감으로 출혈경쟁과는 상반되는 원가절감 방식이다.
그러나 국제전자센터가 개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명실상부 최고 상가로서 위상을 갖춰 나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잇따른 부도여파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또 그동안 전자상가하면 「용산」이 떠오를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고착되어 있는 이미지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동반한다고 했던가. 국제전자센터 개장이 전자유통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한 몫할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멀게는 아시아지역을 커버하는, 말그대로 「국제전자센터」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홍콩의 중국 반환, 일본 전자유통경기 침체와 함께 북방진출 교두보로 한반도가 각광받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훗날 큰 이익을 생각한다면 국제전자센터의 위상은 자연히 정립될 것입니다.』
서원유통의 모든 관계자들은 국제전자센터가 얼마있지 않아 세계적인 전자상가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데 의문을 갖지 않는다.
국제전자센터는 이번 개장으로 끝나지 않는다. 98년말 국제회의장 역할을 할 「프리빌빌딩」과 각종 오락, 먹거리를 제공할 「엔터테인먼트빌딩」이 탄생한다. 이들 3형제가 모여 테마파크를 형성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단지다. 따라서 이번 국제전자센터 개장은 기존의 다른 전자상가와 색다른 상가를 꾸미는 데 초석이 되는 셈이다.
「미래를 향한 도전」. 국제전자센터가 꿈꾸는 미래는 멀지 않았다. 발은 땅에 이상은 하늘을 향해 펼친 의지가 실현되는 날 「신토불이 유통」의 파수꾼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라고 서원유통의 박옥석 사장은 말한다. 그는 지금은 「알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라는 함축된 말로 국제전자센터 개장의 의미를 부여한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