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보신경기업 시대

李 祥 羲

『아이디어와 실력만 있으며 언제든지 사업을 할 수 있다』라고 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누구든 「새로운 기술」이라는 아이디어만 갖고 있으면 성공여부를 시험하는 데 드는 적은 비용의 「시드머니(Seed Money)」는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고, 아이디어가 가능성을 보이면 금융기관을 연결해 기술금융으로 자본을 공급해 준다. 또 그것이 자라 기업화가 가능할 때는 주식시장에 상장, 외부의 자본참여를 유도해 주는 등 기술에서 창업에 이르기까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미국이 현재 정보통신분야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며 이를 통해 국가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는 배경은 바로 도태돼 가는 자본, 인력 위주 산업에 대한 불합리한 지원은 줄이고, 새로 태어나는 정보, 기술산업에 대한 지원은 늘리는 금융정책이 강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인체의 신진대사를 보면 확연해진다.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은 1초에 2백40만개씩 소멸되고 있지만, 같은 수의 새 세포가 생성돼 우리 육체는 유지되고 있다. 이같은 세포분열과정에서 정상세포의 공급부족으로 인한 노인성질환이 「신경통」이라면, 비정상적인 세포가 불합리하게 공급과잉될 때 일어나는 병이 불치의 병인 「암」이다. 때문에 정상세포는 균형있게 생성되는 한편 비정상세포는 자연스럽게 소멸될 때, 우리 몸의 건강은 유지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경제의 건강원리도 죽음과 탄생, 소멸과 생성의 자연섭리와 같아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낡은 기술은 서서히 사라져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며, 경쟁력없는 기업의 운명은 경쟁력있는 기업의 생성으로 대체되며, 산업사회의 경제는 정보사회의 경제로 대체돼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세포분열법을 뒷받침하는 금융정책의 개혁은 과연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우리 경제의 세포인 기업이 소멸, 생성되는 세포분열 과정에는 반드시 금융이라는 혈액이 필수적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금융은 암적인 기업을 억제하고, 신경통 기업에게 생명력을 제공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국제경영연구원의 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기업 경영 28위, 금융 40위」로 기록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가 기업경영 경쟁력 면에서 28위라면 이는 경제체질의 기업세포분열이 경쟁력이 소멸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면서 국제수지적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은 아닐까. 나아가 기업경쟁력 28위에 금융 40위 수준이라면, 저혈압의 금융이 기업의 올바른 세포분열에 활력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규모가 10위라면 금융경쟁력도 10위 수준이 돼야 건강한 경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현재 5백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의 달콤한 열매를 항공우주, 화학, 통신기기, 컴퓨터,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의 정보신경기업에서 수확하고 있다.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투자액은 전체 연구개발경비의 70%에 달한다. 특히 유망기술 자체가 「확실한 담보」가 되는 기술금융제도가 잘 정비돼 있다.

이와 반대로 우리 경제는 산업사회의 규모와 양, 자본과 시설투자에 금융이 과잉공급된 탓에 결국 「한보」라는 암이 발생했다. 이에 비해 새롭게 생겨나는 정보사회의 기술, 정보 부문에 대한 금융 지원은 오히려 공급부족 현상을 일으켜 경제의 신경조직에 「신경통」이 발병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일고 있는 금융실명제 논의의 방향도 산업사회의 양과 규모에 초점을 두고 연구개발 비용 등 우리 경제의 신경통 치료를 소홀히 한다면 자칫 금융개혁의 논의 자체를 그르칠 우려가 없지 않다.

암세포에는 영양공급을 중단하고, 신경통에는 영양공급을 늘려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때문에 더이상 기술경쟁력이 없는 양적인 암세포기업에는 돈이 투입되지 않아야 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전문 중소기업 등 정보신경기업에는 돈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 그래서 「국민기술개발기금」 「연구개발기금」 등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 「신경통 기업」을 정보사회의 고부가가치성 「정보신경기업」으로 만들어 주는 금융정책의 새로운 방향정립이 시급하다.

<국회의원, 첨단게임산업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