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가전 뉴리더 (21);삼성전자 실장기술그룹

전자산업의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는 「경박단소」다.

이 추세는 같은 성능이라면 되도록 몸집이 작고 가벼우며 휴대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욕구에서 비롯됐다.

특히 반도체 집적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품을 만드는 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경박단소화」는 매우 어려운 과제다.

작은 크기의 고밀도화된 부품을 한정된 크기의 회로설계판에 배치하려면 이전보다 더욱 세밀한 실장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실장기술의 개발은 일본업체를 비롯한 외국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전자업체의 실장기술은 외국업체의 그것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표면실장기술(SMT)의 경우 국내업체들의 기술수준은 거의 황무지에 가깝다.

삼성전자의 실장기술그룹(그룹장 윤태동)은 이처럼 거친 땅을 일궈 옥토로 바꾸기 위해 땀흘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실장기술그룹은 지난 92년 생산기술센터내에 정식 조직으로 신설됐다. 출발 당시 5명이었던 이 조직의 구성원은 이제 21명으로 늘어났다.

실장기술에 대한 삼성전자의 관심과 투자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실장기술그룹이 하는 일은 크게 세가지다.

전사적인 SMT을 채용한 공정기술의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과 이에 필요한 신기술 개발, 그리고 각 사업부에 대한 실장기술 지원업무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 본사의 각 사업부 설계실과 협력업체를 연결해 가장 효율적인 실장기술을 찾아내 결정하는 일도 맡고 있다.

이 그룹이 특히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은 표면실장과 관련한 각종 신공정기술의 개발이다.

국내에서는 이제 도입단계에 있는 TCP(Tape Carrier Package)나 BGA(Ball Grid Array)와 같은 차세대 반도체패키지의 실장에 필요한 공정기술을 이미 개발해 생산라인에 적용하고 있다.

TCP기술은 일괄적으로 납을 공급해 프린팅하는 기존 납땜작업과 달리 필요한 납량을 계산해 공급해 특정 부분만 가열하는 혼재실장기술인데 도시바, NEC, 소니, 마쓰시타 등 주요 선진업체들만 확보한 첨단기술이다.

삼성전자 실장기술그룹은 국내업체로는 처음 이 기술을 개발했는데 윤태동 부장은 『외국업체에 모두 위탁해야 했던 이 공정을 국내 협력업체에 맡길 수 있게 돼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말했다.

TCP기술을 적용한 기판을 만들 때 드는 비용은 외국업체에 임가공을 위탁할 경우 3만2천원이었는데 국내업체에 위탁하게 되면서 7천원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실장기술그룹은 나아가 제품의 외장재로 쓰이는 섀시를 인쇄회로기판(PCB)으로 활용해 칩모듈을 장착하는 첨단 실장기술도 개발하고 나섰다.

SMT에 대한 관심은 외국업체의 경우 매우 높다. 마쓰시타와 같은 업체는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 개발하는 독립적인 연구소를 둘 정도다.

최근 우리나라 전자업체들도 SMT 개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실장기술그룹은 그 선두에 서서 SMT의 국산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