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전시대가 개막됐다」.
21세기가 가까워지면서 「정보가전」이라는 말도 차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무실 업무용쯤으로 여겼던 PC가 요즘에는 가정으로 그 보급이 크게 확산돼 정보가전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으며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인터넷TV,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가전과 컴퓨터, 통신 기술을 접목시킨 새로운 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해 정보가전군을 넓혀가고 있다. 가정용 영상기기로 가전제품의 중심에 서있는 컬러TV도 디지털 위성방송 개시와 함께 디지털 기술채용 확대 등에 힘입어 정보가전화하고 있다.
정보가전은 특히 통신과 방송의 디지털화 바람에 편승해 그 종류나 영역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디지털화된 통신과 방송 서비스가 안방의 디지털 가전기기에 전달됨으로써 정보가전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AV기기만 하더라도 집적화, 지능화, 양방향화되는 복합기기로 탈바꿈돼 신개념의 상품이 등장하고 새로운 정보서비스가 나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예를 들면 TV안에 자동 메모리와 레코딩 기능을 갖추게 됨으로써 보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불러내 시청할 수 있어 현재와 같은 예약녹화의 번거로움은 사라진다. 스포츠, 콘서트 등과 같은 중계방송을 시청할 때에는 시청자가 보고싶은 화면(카메라 앵글)을 언제든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드라마의 스토리 선택도 자유자재다(인터액티브 기능). 통신도 수신자가 원하는 특정(On Demand)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안방으로 전달할 수 있게 돼 여러가지 정보가전 제품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정보가전은 디지털 기술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공통점이다. 그래서 정보가전을 디지털 가전제품이라고도 하는데 이 새로운 가전제품군은 오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그 모습을 확연히 드러내고 그 시장이 연평균 20% 이상 신장해 2005년에는 기존 가전제품과 수요규모가 비슷해질 것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맨앞에 서서 정보가전을 부추기고 있는 TV를 근간으로 한 세계 정보가전시장은 지난 93년 2억4천만달러에서 올해에는 44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연평균 2배 이상 급신장하고 있다.
한국멀티미디어산업협회가 예측한 정보가전을 포함한 우리나라 멀티미디어시장의 규모를 보면 지난 95년 2조1천3백억원 규모에서 2000년에는 23조1천여억원으로 연평균 63.6%씩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자3사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은 정보가전과 관련한 기술개발은 물론 상품화와 시장선점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잇달아 DVD플레이어와 PDA를 내놓았으며 대우전자는 올초에 인터넷TV를 공식 발표하고 현재 한결같이 시장창출을 타진중이다.
삼성전자가 현재까지 상품화한 정보가전 또는 개전(個電)상품은 멀티미디어PC 이외에 DVD플레이어, DVD PC, PDA, 디지털 캠코더 등 아직은 모두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올해 DVD사업부서(디지털사업부)를 독립, 강화하는 한편 1백여종의 DVD타이틀(SW)을 내놓으면서 하반기부터 CF광고를 실시할 예정으로 시장창출 및 선점으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움직임이다. 디지털 캠코더도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의 특장점을 적극 알리면서 조기에 월 1천대 이상씩 판매한다는 목표를 추진중이다.
또 지난달에 내놓은 PDA는 금융기관 및 유통관련 업무, 물류관리, 운송 등 이동과 현장업무 처리용에 주안점을 두고 출시 때부터 그룹내 금융계열사 생활설계사들에게 전략적으로 공급해 수요층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능이나 인터넷 기능 등을 접목한 멀티미디어TV는 당분간 국내시장에서 기선을 잡아가고 있는 12.8대9 화면규격의 「명품플러스 원」에 바탕을 두고 개발과 마케팅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에 비해 LG전자의 정보가전 전략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PDA의 시장선점과 DVD 인지도 제고,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용 광폭TV의 수요확대 등으로 집약된다. PDA의 경우 올초에 연구개발실과 3개팀으로 구성된 사업담당 조직을 별도로 발족시켜 시장수요 창출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DVD는 최근 플레이어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중에는 PC용 DVD롬까지 선보여 대리점 전시 및 설명회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DVD타이틀도 올해 4종류(LG소프트)를 내놓아 시장수요를 부추길 계획이다.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능을 갖춘 광폭TV는 경쟁사와의 컬러TV 차별화 측면에서 대대적인 광고판촉을 계속해 나감으로써 시장확대의 주역을 맡아 향후 시장성숙기에 시장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전자는 오는 7월께 출시예정인 디지털 VCR가 디지털 위성방송수신TV로부터 직접 녹화할 수 있는데다 기존 테이프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기존 VCR의 대체상품으로 시장을 선점해나갈 계획이다. 또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TV와는 별도로 다음달부터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시스템(DSS)의 양산을 개시, 자체 시장을 넓혀가고 디지털 VCR 수요도 촉발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인터넷TV는 국내시장보다도 미주, 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 수출상품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DVD는 올해에도 기술력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내년초쯤 상품화할 계획이다.
현대전자, 아남전자, 해태전자 등도 DVD 기술력 확보와 상품화 개발에 나서면서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및 수신TV에 대한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태전자의 경우는 중장기 주력사업으로 꼽고 있는 미니타입의 가정극장시스템과 연계한 DVD플레이어를 상품화하거나 DVD오디오를 개발, 출시해 시장선점에 나서는 방안 등을 추진중이다.
선진 외국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하다. 정보가전시장을 겨냥한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음은 물론 자사의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표준화 경쟁에 한치의 양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뒤지는 분야에 대해선 과감한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M&A)를 서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정보가전시장은 디지털TV, 특히 고선명(HD)TV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영상기기와 컴퓨터를 근간으로한 정보기기의 결합 및 기술융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고급, 고속 영상정보기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