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정보의 흐름 한가운데서 양방향적인 매체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것이 인터넷TV의 시작이다.
인터넷TV는 지난해말 소니, 필립스, 미쓰비시, 산요, 샤프 등 세계 유수의 가전업체들이 차세대TV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기 위해 앞다퉈 제품을 개발, 출시하면서 화려하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이 제품의 개발, 출시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지난해 11월에는 대우전자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내장형 인터넷TV 「개벽 인터넷TV」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인터넷TV시대를 열었다.
올해에는 미국의 제니스사가 오라클 및 넷스케이프와 손잡고 네트워크컴퓨터(NC) 플랫폼을 채용한 내장형 인터넷TV 「넷비전」을 출시할 예정이며, 일본의 마쓰시타도 32인치 하이비전용 브라운관에 선택된 내장형 인터넷TV를 곧 선보일 계획이다. 이 밖에도 RCA, 도시바, 아남전자, 해태전자 등도 인터넷TV를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이 가전업계가 인터넷TV에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일방적인 정보전달 매체였던 TV수상기가 네트워크 기능을 가짐으로써 TV시청자가 직접 정보를 선택, 검색할 수 있는 차세대 정보단말기로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인터넷TV는 기존의 TV에 연결해 쓸 수 있는 외장형 세트톱박스와 TV 내부에 모뎀, 마이크로 프로세서, 플래시 메모리 등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기기들을 내장하고 있는 통합형 TV수상기로 나눌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TV시청자들은 리모컨과 무선키보드로 간편하게 인터넷의 윌드와이드웹(WWW)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전자우편으로 음성이나 영상 같은 멀티미디어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으며 온라인쇼핑, 홈뱅킹뿐만 아니라 TV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과 TV를 동시에 시청할 수도 있도록 화면분할도 지원되며 일부제품은 프린터나 PC통신접속, 전화걸기 등의 기능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TV는 이렇듯 쉽고 편리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걸림돌이 많아 빠르게 확산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터넷TV의 선두주자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웹TV사는 자사의 제품과 연계해 인터넷 접속 및 각종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매월 1백% 이상의 성장률로 약 1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앞으로도 이같은 성장속도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최근 7천 가구를 대상으로 인터넷TV 구매의사를 조사했는데 약 94%가 살 생각이 없다고 대답해 관계자들을 낙담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가입자들 사이에서 웹TV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가 과연 TV보다 재미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전송속도, 화질,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기술수준의 고급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산요, 샤프, 미쓰비시 등 3개사의 판매개시로 인터넷TV시장을 연 일본에서도 아직까지는 대대적인 구매가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고객의 발길이 와이드TV나 고화질TV로 몰리고 있다는 집계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TV가 기대보다 조작이 간편하지 않고 고가의 통신료 및 정보이용료를 내야 하는 것이 장애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우전자에 이어 연말께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이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막바지 손질이라는 명목을 빌려 출시를 늦추고 있다. 각 업체의 담당자들은 개발은 이미 완료했으며 올 상반기중으로는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관련업계에서는 시장의 미성숙 및 붐 조성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양사가 마지막까지 시장상황을 체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우전자는 「개벽 인터넷TV」에 탑재했던 TV용 웹브라우저인 「알바트로스」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각의 기능이 완성될 때마다 자사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급하고 있다. 또한 미국시장에서 웹TV와 경쟁할 수 있는 외장형 세트톱박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올 상반기중으로 출시, 수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내장형 인터넷TV인 「XTV」(가칭)를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출시하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제품개발 및 상품화작업까지 마친 상태이며 단지 출시만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백80만원대의 내장형 인터넷TV가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기 어려운데다 전송속도와 화질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PC통신사업과 연계할 방침으로 삼성데이타시스템과 협력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보완작업이 끝나는 대로 국내시장에 먼저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인터넷TV는 전송망 미비와 느린 전송속도 고가의 인터넷접속 서비스료 값비싼 전화요금 등 제반여건의 미성숙 TV전용 브라우저의 취약성 리모컨 및 무선키보드의 조작의 어려움 등 자체적인 기술력의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TV가 차세대 정보단말기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해 더욱 쉽고 편리해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여하튼 정보화라는 긴 행로의 도입부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분명하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