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정보가전-DVD...제품 출시현황과 전망

96년 10월 일본 도시바와 마쓰시타가 첫 선을 보임으로써 개막된 DVD시대는 멀티미디어 PC에 DVD롬 드라이브나 DVD플레이어 전용보드가 활발하게 장착되는 움직임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DVD사업이 무거운 첫 발을 내딛고 있는 것은 지난해 말 「DVD저작권 보호기술 워킹그룹」이 DVD를 암호화하는 방식을 일부 변경하기로 결정하면서 타이틀 제작일정이 전세계적으로 3개월정도 지연된데 따른것이다. 또한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진 VCR와 비디오테이프도 DVD의 진가를 알리는데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되고 있다.

특히 향후 VCR, CDP 등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는 DVD플레이어는 도시바, 마쓰시타에 이어 한국의 LG전자 미국의 톰슨, 일본의 소니, 파이오니아, 아카이 등 하드웨어 업체들이 경쟁사를 의식해 속속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타이틀 부족으로 인해 사실상 홍보, 전시용으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이용할 타이틀이 절대 부족인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드웨어 출시경쟁으로 인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일본 도시바의 DVD플레이어는 타이틀 호환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DVD플레이어가 DVD 본래 화질과 음질을 1백%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국내외 전자업계 연구진들의 고백이다.

그런데도 DVD는 여전히 세계 가전, 컴퓨터 산업계의 기대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세계최대의 유망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는 한국, 일본 가전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선점 경쟁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최대 유망시장으로 각광을 받는 것은 단순히 소비자가 많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DVD플레이어 보급을 지체시키고 있는 타이틀 갈증을 가장 먼저 해소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미국에서 폴리그램, 트라이스타, 워너 홈 비디오 등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비디오제작업체가 DVD타이틀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미국 최대의 비디오 유통업체인 블록버스터가 일본의 소니와 공동으로 DVD타이틀 대여 및 판촉에 나서기로 하는 등 DVD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50여만대로 추산되는 미국시장을 놓고 선점경쟁을 벌일 업체는 한국의 삼성전자를 비롯 일본의 도시바, 마쓰시타, 소니, 파이오니아, 미국의 제니스,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으로 예상된다.

불법복제의 천국인 중국 역시 방대한 양의 비디오CD타이틀과 LD타이틀이 깔려있어 CD와 LD타이틀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DVD플레이어시장이 조기에 형성될 것것으로 기대된다. 또 DVD플레이어가 궁극적으로 VCR, CDP 등을 대체하는 제품임을 감안할 때 중국 대도시 지역의 VCR 보급률이 60%에 불과한 점은 VCR가 광범위하게 보급된 선진시장보다 DVD플레이어가 파고들기가 쉬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일본 마쓰시타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주요 유통루트에 DVD를 전시하고 적극적인 판촉활동에 들어갔으며 파이오니아, 도시바 등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업체의 경우 지난해 홍콩의 대형유통업체와 수출계약을 맺은 삼성전자가 중국 DVD시장공략을 개시했으며 LG전자도 하반기부터 대형 백화점을 중심으로 판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국내시장의 경우 지난달 LG전자가 삼성전자에 이어 DVD플레이어를 출시함으로써 DVD플레이어 생산업체는 2개사로 늘어났지만 현재까지 판매량은 모두 수백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전시장이 전례없는 불황을 맞고 있는데다 양사의 타이틀공급 계획마저 차질을 빚고 있어 올 상반기까지 DVD는 국내소비자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존의 CD롬 타이틀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십분활용해 국내외 컴퓨터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신제품에 DVD롬 드라이브나 DVD플레이어 전용보드를 채용하기 시작했으며 DVD롬 타이틀 제작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가전업체와 컴퓨터업체들의 수요예측을 보더라도 DVD플레이어가 올해 3만대로 예상되는 반면 PC용 DVD플레이어 보드는 10만대 가량으로 예상되는 등 DVD플레이어보다 PC를 통해서 DVD타이틀을 활용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DVD시대가 열린이후 지난 5개월간의 시장 동향은 DVD플레이어보다는 보급에 장애물이 적은 DVD롬 등 PC중심의 상품이 당분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