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시대를 맞아 상품을 국산과 외산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전자제품에 대한 수입장벽은 갈수록 낮아지고 전자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줄어들면서 국내시장에 외산이 물밀듯이 몰려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많은 제품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산 저가 소니TV가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를 반증해준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소니TV는 모두 2만3천대였다. 그러나 지난해 전자제품의 병행수입이 가능해지면서 미국산 저가 소니TV가 대거 유입되어 올해 3월 말까지 이미 지난해 전체물량보다 많은 3만여대가 수입됐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은 무심하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여러 모로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소비자들의 지나친 외제 선호풍조이다.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품질과 가격에 의해 상품구매를 결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여기에 국산과 외산의 구분이 중요한 구매결정 포인트가 되곤 한다. 이것 역시 「품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긴 하지만 국산제품을 구매할 때와는 다른 심리적인 요인이 외국제품 쪽에 쏠려 있다.
둘째로 이같은 외제 선호풍조는 결과적으로 개방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시장의 개방에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시장잠식이 별로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미국 등 외국 선진국으로 하여금 한국 전자제품 시장개방에 더욱 열을 내게 만들 것이다. 저가 소니TV의 수입급증은 국내시장 잠식은 물론 장차 다른 제품의 추가 시장개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수출로 성장해 온 마당에 수입을 제한해서는 안되지만 무절제한 외제 선호풍조는 분명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소비자 개인의 의식개혁과 민간의 자발적인 계몽활동을 통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