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전기, 전자제품 제조 및 수입시 받도록 돼 있는 현행의 전기용품 형식승인제도가 현실에 맞게 전면 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WTO체제 출범에 따라 날로 높아만가고 있는 비관세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용품 형식승인제도의 현황과 문제점,그리고 대안을 4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주>
우리나라 전기, 전자산업 및 관련제도가 일본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성장해왔듯이 현행의 전기용품형식승인제도(이하 형식승인) 역시 그 뿌리를 일본에 두고 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며, 기본적인 틀은 2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형식승인제도는 74년 당시 일본 전기용품취체법(일명 전취법)에 의거한 「덴토리마크(電)」제의 영향을 받아 정부가 『비전문가들이 전기용품을 사용했을 때 감전 및 화제발생 우려가 높은 품목에 대해 법에 정한 안전기준을 통과해야 판매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을 제정하면서 출발했다.
초창기 형식승인 대상기기는 총 3백38품목이었으나 이후 부분적인 보완을 통해 86년에는 3백57개로 확대됐으며, 89년엔 1차 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지금처럼 위험 및 장해발생 우려의 정도에 따라 도가 높은 1종과 그렇지 않은 2종으로 구분됐다.
이에따라 90년에는 형식승인을 반드시 필해야 하는 1종 3백4개 품목과 안전에 영향이 거의 없고 사용자의 실질 접촉이 없어 형식승인 없이 신고만을 필요로하는 2종 34개로 새롭게 출범했으며 다시 94년엔 1종 2백58개, 2종 87개로, 지난해엔 1종 2백33개, 2종 67개품목으로 조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안전(safty), 전자파(EMC), 환경 및 품질시스템(ISO) 등 각종 규격에 의한 인증제도의 정책 및 실무를 민간기구로 대폭 이양, 운영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형식승인제도 시행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게 철저히 정부주도의 수직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전기용품 형식승인제도의 정책을 입안 및 결정하고 관련 법규 개정의 「총대」를 매고 있는 실질적인 주무부서는 통상산업부 품질안전과. 96년 이전까지는 당시 공업진흥청에서 주관했으나 그해 2월 중소기업청이 발족하면서 실무 집행부분을 제외한 정책적인 부분이 통산부로 모두 이관된 것.
형식승인제도의 실무 집행부처는 통산부 산하 국립기술품질원이다. 중기청 발족과 함께 업무를 이관받은 품질원은 품질안전부 소속에 생활용품과 전기용품을 합쳐 생활용품안전과로 개편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형식승인서를 발급하는 실질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는 각 시,도 공업과 등에서 일부 업무를 대행한다.
실무부처인 기술품질원 밑에는 관련 정책적인 문제를 자문하고 심의하는 14명으로 구성된 형식승인 심사위원회가 있으며 별도로 형식승인발급을 보다 심도있게 심사한다는 명분 아래 전문검토위원회가 있다. 검토위는 파트별로 5명씩 5개파트에 총 25명의 각계 관계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2주에 한 차례씩 회의를 갖고 최종 심사를 한다.
그 밑에는 형식승인 획득을 위한 구체적인 시험을 맡는 시험기관이 있으며 정부로부터 정식 인정을 받은 기관은 산업기술시험평가연구소(KAITECH-KTL),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KETI), 한국전기연구소, 지방중소기업청의 사무소 등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KAITECH-KTL과 KETI를 통해 대부분 시험이 이루어진다. 이밖에 형식승인제도에 따른 지도교육 및 사후관리의 필요에 따라 민간자율 기구로 91년 발족된 사단법인 전기용품안전관리협회 등이 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기용품형식승인 제도는 22년이라는 긴 역사가 말해주듯 겉으로는 비교적 잘 짜여진 구도속에서 별 탈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법과 제도도 변하기 마련인데도 국내 형식승인제도는 별다른 변화없이 과거의 틀을 깨지 못한 채 그저 「형식적인 승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