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기용품 형식승인제 전면개정 시급하다 (2);문제점

현행 전기용품형식승인제도가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로부터 「형식승인」이라기 보다는 「형식적인 승인」에 가깝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의 세부내용이 시대적, 국제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서 출발한다.

무엇보다 현재 전기용품형식승인제도중 대 수술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대상품목의 선정기준. 현 전기용품안전관리법상에는 사용빈도나 위험도 등에 따라 대상기기를 1,2종으로 구분하되 이를 추가하거나 삭제할 때마다 일일이 나열,법으로 고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상기기로 고시되지 않은 품목은 형식승인,즉 제품의 안전에 관한 별도 승인이 없이 무방비로 시장에 유통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포지티브(Positive) 시스템의 오류」를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상당한 제품들이 형식승인 대상기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대로 판매됨으로써 국민의 안전을 뒤로 한 형식승인 사각지대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실제로 주로 가정용 전기, 전자제품들로 구성된 형식승인 1종 2백33개 품목 외에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PC, 팩시밀리, 모뎀 등 대다수 정보, 통신기기류가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따라 최근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프린터/팩시밀리 복합제품,PC TV 등 형식승인 대상기기와 비 대상기기가 결합된 품목은 자연히(?) 누락될 수 밖에 없다.

첨단 반도체 및 전자기술의 발달로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고 있는 첨단 전제제품을 건건마다 고시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가정용기기 사용에 따르는 안전의 방패막이」라는 형식승인제의 기본 취지를 고려한다 해도 최근 전기, 전자제품의 흐름상 전문가용과 일반용,사무용과 가정용,가전과 컴퓨터 및 통신의 고유영역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열식 품목지정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

이같은 현상은 형식승인이 전기전자제품의 종합적인 안전규격승인이라기 보다는 AC전원을 사용하는 일부 가정용 전기용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다 특히 정통부가 전파법에 의거,91년 전자파장해(EMI)검정제도를 도입,정보기기류를 EMI검정대상품목으로 지정하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어느 부처 소관이든 간에 사용자의 안전을 우선 생각해야할 각종 전기, 전자제품에 대한 안전규격승인이 정부의 주관부처에 따라 통산부(형식승인)품목,정통부(EMI)품목으로 갈라져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통부 EMI검정대상기기이자 형식승인품목인 모니터와 프린터를 제외하면 EMI대상기기군에 추가되는 품목은 형식승인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일본 등 일부국가를 제외한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우리와 사정이 사뭇 다르다. 유럽연합(EU)의 경우는 단일품질인증제인 「CE마크」제를 출범시키면서 모든 부품 및 제품의 기본 규격으로 저전압지침서(LDV)를 마련,모든 전기, 전자, 정보기기들을 안전규격시험 대상기기로 유도하고 있으며,UL, CSA 등 자율규격을 활용하는 미주지역도 품목나열식이 아닌 기본적 기술기준에 따른 대상기기 선정방법을 동원,안전에 관한한 예외가 없는 실정이다.

같거나 유사한 품목일 경우 「소비전력이 일정범위 내에서 일치하는가」 등 7~8가지로 일정 형식구분에 따라 형식승인유무가 결정되는 이른바 카테고리인증을 택하고 있는 것도 현 형식승인제도가 안고 있는 대표적 모순점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이 카테고리인증은 형식구분에만 포함되면 아무리 다른 모델을 개발해도 추가로 형식승인을 받을 이유가 없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내부 케이블의 배치,PCB설계방법 및 절연거리,저항값 및 콘덴서용량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화제나 감전 등 사용자 안전상의 위험정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이 전기제품의 기본적인 특성』이라며 『제품의 크기가 일정하고 정해진 범위내에 기본 특성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형식승인을 면제해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소산물이자 전기의 기본도 모르는 넌센스』라고 일축한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