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산 소니TV가 세계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 창고형 할인매장 등 각 유통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일부 매장에서는 제품이 없어 못팔 정도다. 일반 소비자들의 맹목적인 외산선호 풍조에 수입업체들의 가격파괴로 소니TV가 발빠르게 국내 TV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으로부터의 소니TV 수입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국내 가전업체들은 공동대응책을 모색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미국산 소니TV의 수입급증에 따른 문제와 대응방안을 상, 중, 하 3회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지난달말 서울시 소공동의 롯데백화점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백화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수많은 주부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문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화점이 생긴 이래로 수많은 주부들이 문을 열기도 전에 몰려들어 웅성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상소비자가격 1백7만원 하는 29인치 소니TV를 72만원에 판매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몰려든 것이다. 물론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가전매장이 있는 7층은 소니TV를 사기 위한 주부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1시간도 채 안돼 1백여대에 이르는 소니TV가 동이 나버렸으며, 제품을 구입하지 못한 주부들의 제품 추가판매 계획에 대한 문의에 점원들은 곤혹을 치렀다.
이어 열린 신세계백화점 등 다른 백화점의 세일행사날에도 이러한 모습은 비슷했다.
프라이스클럽, 까르푸, 마크로 등 창고형 할인매장도 미국산 소니TV를 노마진의 가격으로 싸게 판매하면서 일반소비자들의 구매를 유인하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미국산 소니TV의 수량은 어림잡아 1만4천대. 이는 지난해의 3만대에 비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세달 만에 지난해 연간 판매대수의 절반에 이른 셈이다.
올들어 소니TV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소니의 브랜드이미지 영향이 크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부터 각종 제품의 병행수입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업체들이 유명브랜드의 소니TV를 앞다퉈 수입하면서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인치 이상의 일본산 소니 컬러TV는 수입선 다변화 해당품목으로 직수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가 미국 등지에서 수입하는 물량은 많지 않았다. 소니코리아에 따르면 미국산 소니TV의 월평균 수입판매 수량은 6백∼7백여대. 1년 총량은 7천∼8천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국내 TV시장의 연간 판매수량이 2백20만대 수준이라고 추정할 때 소니TV의 수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병행수입제 실시에 힘입어 지난해 1.4분기에 5천9백대를 시작으로 2.4분기 4천3백대, 3.4분기 5천5백대, 4.4분기 1만4천7백대로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는 올들어 더욱 두드러져 3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2배 이상의 증가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소니TV의 예상 수입물량이 10만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멕시코산 소니제품이 선풍을 일으키자 그동안 20∼30여개 업체에 불과하던 병행수입업자들이 최근 2배에 가까운 40∼50여개로 늘어나 혼전을 벌이고 있다. 수입업체들이 이렇게 늘어나면서 지난해말 대거 수입된 물량이 적체되고 공급과잉현상으로 재고처리에 애로를 겪으면서 가격인하 경쟁이 일어났다. 1백만원 이상 하는 소니TV의 가격이 백화점에서는 72만∼73만원대에 팔리고 있으며, 창고형 할인매장에서는 68만∼70만원대에 판매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부 가전대리점에서도 직접 수입, 판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계당국은 미군 면세점이나 밀수로 유통되고 있는 불법물량이 상당히 많아 용산전자상가 등 전문유통상가를 대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소니인터내셔널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병행수입업자들이 판매하고 있는 소니제품의 경우 국내 방송환경에 부적합할 뿐 아니라 전압교정작업 등으로 불량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사가 판매한 제품을 먼저 AS한다는 원칙 아래 병행수입업자가 판매한 제품은 AS를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연·최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