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금요기획 "화제와 이슈" (20);5대 가전제품 품목 논란

5대 가전제품군이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5대 가전제품은 컬러TV와 VCR,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로 단단한 벽을 형성해왔으나 최근 에어컨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이제는 5대 가전의 고정관념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5대 가전제품군을 특별히 규정해놓은 것은 없지만 가전업계에선 단일 품목으로 시장규모가 크면서 가정의 생활필수품으로 평가될 만한 가전제품 5개 품목을 일반적으로 5대 가전제품이라고 불러왔다. 오디오는 시장규모는 크지만 그 종류가 다양하고 시장 수요가 개개인의 취향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5대 가전제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더구나 에어컨의 경우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돼 시장규모도 크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 여름철 무더위에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계절상품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어서 5대 가전제품군에는 근접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가전업체들의 에어컨 사업은 계절따라 바뀌는 과일처럼 한 철 장사쯤으로 인식돼 왔다.

에어컨 시장은 그러나 소득수준 향상과 생활욕구의 고급화 등으로 지난 94년부터 급신장하고 겨울철에도 예약판매 등의 판촉활동이 이루어지는 등 수요계층이 넓어지고 계절적 영향권에서도 벗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무더위가 에어컨 시장확대의 주된 원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에 따라 90년대들어 계절적 영향으로 크게 위축됐던 에어컨시장은 94년에 40만대(업소용 포함)로 회복된후 95년에는 80만대로 2배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1백10만대로 1조2천억원 규모에 달해 1조원을 약간 넘어선 컬러TV를 제치고 가장 큰 시장을 형성했다.올해에도 신장률이 두드러지지는 않겠지만 1백20만대 규모에 육박할 것이라는게 업계의 예측이다.

특히 에어컨을 5대 가전제품군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표면화된 것은 전자3사의 지난해 사업실적 비교에 복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5대 가전사업에서 서로 선두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에어컨을 5대 가전제품에 포함시키고 대신에 5대 가전 중에서 시장수요가 가장 적은 전자레인지를 제외시킬 경우 지난해 사업실적 1위 자리가 바뀌게 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5대 가전제품에서 2조9천5백22억원의 매출을 올려 LG전자를 1천3백여억원 차이로 앞질렀으나 5대 가전제품에 전자레인지 대신 에어컨을 포함시킬 경우에는 약 1천억원 정도 뒤지게 된다. 전자레인지와 에어컨을 모두 포함시켜 6대 가전제품으로 비교해도 LG전자가 다소 앞서게 된다.

LG전자의 지난해 에어컨 내수판매 실적은 컬러TV의 3천5백44억원보다도 많은 4천여억원에 달해 단연 1위에 올랐다. 수출도 전년대비 20.3% 정도 증가한 1천8백93억원에 이르렀다. LG전자 입장에선 에어컨이 5대 가전제품 중에서도 핵심품목으로 떠오는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장은 다르다. 에어컨 시장이 급신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름철 날씨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데다 다른 5대 가전제품처럼 연중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점 등을 들어 별도의 상품으로 비교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에어컨시장이나 판매실적에는 일반 가정외에 업소용까지 포함하고 있고 가정용 에어컨을 별도로 구분하기 힘든 실정이어서 5대 가전제품군으로 분류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대우전자는 그룹내 합작계열사인 대우캐리어에서 생산한 에어컨을 받아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