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멕시코에서 생산된 일본 소니 TV가 이 속담에 딱 들어맞는 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백화점과 창고형할인매장들이 소비자가격 1백30여만원하는 29인치형 미국산 소니TV의를 70만~80만원에 판매하면서 상당히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이 그만큼 어리석게 보였음을 의미한다.
실제 29인치형 소니 제품은 우리나라 업체의 비슷한 기능을 갖춘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방송환경이 부적합해 사용상의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게 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저소득층을 겨냥해 만든 소니 제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상당수가 1백볼트의 전압을 2백20볼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미달 부품을 사용, 문제가 발생하는 등 국내 형식승인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애프터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아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구입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들 수입제품들은 대부분 4∼6년전에 일본에서 생산됐던 구형모델로 전자파장해(EMI) 마크를 부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미국 방송환경에 맞춰 개발, 생산됨으로써 표준색이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푸른색과는 달리 북미형인 붉은색으로 거부감을 주고, 음성다중기능도 방식이 달라 고기능의 음질을 즐길 수 없다는 결정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는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이같이 표준색, 스테레오기능 등 원초적 기능이 부적합할 뿐 아니라 브라운관의 수명과 수평곡율도 국산 제품의 절반 수준이며, 저가 모델의 경우 전자파장해 차단장치가 없는 등 저가로 판매될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무가들의 설명이다.
또 권장소비자가격, 수입가격의 표기를 비롯 사용상 주의사항 문구표기, 제조년월의 표기를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사용 설명서와 주의 문구표시도 한글로 만들지 않아 이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단순 기능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거의가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들인 데도 불구하고 원산지 표시를 미국산으로 덧붙여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으며 국내 업체들이 부담하고 있는 환경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음은 물론 폐기물 처리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소니TV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동안 소니TV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수입업체들도 앞다퉈 소니TV를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사후관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병행수입제 실시로 제살깎기식의 가격경쟁으로 국내 소니TV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업체들중 상당수가 달러화 인상, 무리한 가격인하 등에 따른 마진감소로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이미 도산했고 현재에도 도산위기에 처한 업체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소니 제품을 저가로 공급해 오던 업체들이 도산하고 또 그들이 제공하던 애프터서비스(AS)망이 단절되면서 AS를 원하는 구매자들은 타 업체의 AS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 여건상 타 서비스대행업체에 AS를 맡길 경우 구매자들이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돈이 되는 상품은 뭐든지 수입하고 본다는 얄팍한 상술로 인해 수입물량은 크게 늘었으나 늘어난 물량만큼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 미아동의 P씨는 올해 초 용산전자상가에서 29인치 소니 컬러TV를 구입했다. 구입 후 약 한달 가량은 이상없이 사용할 수 있었으나 어느날 갑자기 전원이 들어오지 않자 TV 뒷면에 적혀 있는 AS센터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곳에 적힌 전화번호는 AS센터가 아닌 가정집이었다. 불과 한달 사이에 수입업체 및 AS센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결국 P씨는 무거운 TV를 들고 타 업체에서 운영하는 AS센터까지 찾아가야만 했다.
<원연·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