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영역파괴 어디까지 갈까

휴대전화와 팜톱PC, 자동응답기, 팩시밀리 등이 하나로 통합된 단말기, 집 안에서는 9백 전화기로 전환해 사용할 수도 있는 휴대전화,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며 각 지역의 표준을 모두 호환할 수 있는 개인전화기 등.

통신서비스가 새로 선보일 때마다 각기 다른 단말기를 구입할 필요 없이 하나의 단말기로 여러 서비스를 두루 포괄할 수 있는 복합기능 단말기의 출시가 잇따라 단말기 영역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사무실이나 작업현장, 가정 할 것 없이 언제 어느 때라도 단말기 하나만으로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영역파괴형 단말기가 지구촌 곳곳에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통신서비스를 받기 위해 고가의 단말기를 개별적으로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언제 어느 때라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만능비서를 지니게 되는 것도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선보였거나 개발이 진행중인 복합단말기의 종류는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비롯, 시티폰 홈베이스, 덱트, GSM-PCS 등 여러 가지다.

이 중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이미 지난해 출시돼 시판되고 있는 PDA다. PDA는 전화와 컴퓨터, 팩스 등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휴대형 무선정보 단말기로 美 애플 및 IBM을 비롯해 모토롤러, 샤프, 국내의 LG전자와 삼성전자 등이 이미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다.

PDA는 현재 제품을 개발, 출시하는 업체에 따라 영상전송이나 인터넷 접속 등 컴퓨터와 통신을 접목시킨 다양한 기능들이 응용되고 있다.

시티폰 홈베이스는 발신전용 전화인 시티폰 전화기를 가정에서 9백 무선전화기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기지국.

시티폰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이 홈베이스를 가정에 설치하면 별도의 무선전화기를 구입하지 않고도 시티폰 단말기를 9백 무선전화기로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호출기가 내장된 시티폰플러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호출기와 발신전용 휴대전화, 9백 전화기를 한 개의 단말기로 통합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시티폰 홈베이스는 한화정보통신을 시작으로 한창, 유양, 화승, 엠아이텔 등 현재 시티폰을 개발, 생산하는 모든 업체들이 개발중인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도 임박한 상태다.

시티폰이 발신전용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과 달리 수신과 발신이 모두 자유로운 휴대전화와 9백 전화기를 한 데로 합친 제품으로는 덱트(DECT)가 있다.

덱트는 시분할다중접속(TDMA)방식을 채용한 무선전화기의 새로운 표준으로 오는 99년까지 유럽 무선전화기시장의 50%를 점유할 것으로 보이는 유럽형 차세대 무선전화기다. 단말기 하나로 집 안과 밖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유럽지역에서는 상용화가 확실하지만 국내서는 서비스되지 않는다.

현재 덱트방식의 무선전화기는 지멘스, 필립스, 마쓰시타, 모토롤러 등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 생산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달부터 유럽시장을 공략한 것을 시작으로 미래통신 등 여러 곳에서 개발, 생산이 진행중이다.

PDA와 시티폰 홈베이스, 덱트 등 이미 소비자에게 공개된 제품 외에 올 연말을 시작으로 오는 98년부터 활발하게 출시가 예상되는 복합기능 단말기도 여럿이다.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됐던 세빗97 전시회에는 이처럼 PC와 각종 통신서비스들이 상호 연계된 다양한 복합단말기들이 선보여 화제가 됐다.

노키아는 휴대폰과 팩시밀리, 팜톱PC, 전자수첩의 기능을 하나로 합한 단말기를, 모토롤러는 영상데이터까지 전송할 수 있는 휴대전화에 E메일과 인터넷 접근, 개인관리기능까지 지닌 스마트폰, 필립스는 핸디PC 형태의 무선 화상통신전화 「벨로」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PC카드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PC 및 통신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고 일부 제품은 짧은 음성안내 메시지까지 기록, 송수신할 수 있다.

오는 98년부터는 여러 통신서비스를 호환할 수 있는 복수표준 단말기도 여럿 선보일 전망인데 유럽의 디지털 이동전화 표준방식인 GSM과 개인 이동통신시스템인 PCS, 유럽형 무선전화기 덱트 등 여러 서비스와 기능을 상호 호환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모토롤러와 노키아, 에릭슨 등 세계적인 통신단말기업체들이 오는 98년 상반기 중으로 GSM과 PCS, 덱트 등의 기능을 상호 연계한 듀얼 밴드폰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본의 NTT를 비롯, 다수 업체들이 일본의 개인휴대통신규격인 간이휴대전화(PHS)와 유럽의 GSM을 겸용할 수 있는 복합단말기를 이미 개발한 상태다.

이같은 복합기능 단말기들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공통의 주파수대를 이용해 전화와 팩시밀리, PC와 통신 등 모든 서비스를 동일한 인터페이스로 통합시킨 세계 공용의 복합통신서비스는 플림스(FPLMTS)다.

플림스는 현재 개발중인 이들 단말기를 넘어 모든 통신업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복합 통신서비스로 미래 공중이동통신서비스로 지칭되고 있다.

통신단말기업체의 관계자들은 이같은 통신단말기의 복합다기능화와 관련해 신규통신서비스의 본격적인 도입과 휴대폰 사용자의 편의성을 모두 고려, 이같은 단말기의 복합화는 필수적인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제품이나 프로토콜을 발표하지 않은 업체들도 이같은 복합단말기의 연구 및 개발에 이미 착수했으며 제품을 출시할 업체들도 다수라는 설명이다.

모든 소비자들의 소망대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작은 단말기 하나로 지구촌 곳곳의 사람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의 도래도 시간문제인 듯하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