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의 주목 받는 사람들 가운데는 우선 학력으로 일반인들의 「기」를 죽이고 그 다음엔 엘리트 코스만을 달려온 이력으로 「부러움」을 사는 인물들이 많다. 장세탁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KETI)소장도 굳이 따진다면 이 범주에 속한다.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KS(경기고서울대)출신에 미국 명문대 박사, MIT대,GTE등의 연구위원, 귀국해서는 선경그룹 중앙연구소장과 대통령 과학기술 자문기획을 총괄하는 국가 과학기술자문회의 사무차장을 거쳤다.
대학과 기업, 정부에 이르는 다채로운 경력으로 「마이크로」뿐 아니라 「매크로」의 시각도 접해본 그가 한국 전자산업의 최대 취약부분인 부품 연구를 지휘하는 사령탑으로서 새로운 비젼을 불어넣고 있다.
장세탁소장은 전자산업과 관련, 일반인들이 막연하게 느끼는 부품의 취약성에 대해 『현재의 우리 기술 수준은 결코 후진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부품산업 기술은 선진국에 근접해 있다고 평가할 수 있고 특히 정보통신부문의 경우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장소장은 『우리의 기술 노하우나 인력을 감안할 때 관건인 예산만 뒷받침된다면 일부 특수기술이 동원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을 국산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품은 특성상 몇개 기업이 세계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독과점 형태를 보인다』고 지적하고 『감가상각과 연구개발 투자에 엄청난 메리트를 갖고 있는 이들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국내기업들이 처음부터 도전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장소장은 이 때문에 『국내 부품업계가 동남아나 중국등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하고 기술이 뒤떨어져 있는 외국에 진출, 이곳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일정기간 판매를 통해 노출된 약점을 보완,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으로 다시 들여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국내에서 개발된 부품을 곧바로 선진국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리스크(위험)가 크다.국제 시장에서는 적어도 「메이드 인 코리아」라면 1백개 제품중 불량품이 제로 수준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일부 개도국 제품이라면 불량품이 몇개 발생해도 소비자들이 일정부분 수긍한다. 이것을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과거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신차는 후진국에 우선 내놓고 소비자들의 불편이나 하자를 면밀히 검토, 이를 제거한 후 북미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했던 방식을 연상시키는 것이다.업계의 무분별한 해외진출로 국내 산업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는 『이런 과정을 일종의 연습기간으로 상정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며 검증된 고부가 제품은 국내로 다시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KETI가 중소기업의 기술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관련, 장소장은 좀 색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에 관해 이야기해본 결과 그들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미래에 대한 「전망 부재」였다. 당장의 기술및 자금지원도 도움이 되지만 자신들이 선택한 기술과 제품이 과연 비즈니스 차원에서 발전성이 있는 것인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연 5년, 10년후에도 유망부문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의 역할을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각 산업의 트렌드에 관한 구체적 전망을 제시한다. 기업가는 이를 믿고 투자를 감행한다. 경쟁력은 여기서 출발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미흡하다.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앞날에 대한 불투명성만큼 기업가를 불안케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한정된 정책자금을 요구하는 기업들에게 골고루 배당해주는 「산타클로스식 지원」보다는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확실한 결과물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
장소장은 KETI의 지원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려한다. 『개별적인 기술지원뿐 아니라 해당 중소기업의 경영 전반을 검토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기술경영 컨설턴트로서 기능해야한다』는 것이다. 병원으로 치면 일종의 홈 닥터 역할을 해 중기의 비즈니스 플랜을 만드는데까지 도움을 주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원들 역시 이같은 경영 마인드로 철저히 무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우리나라의 고급 연구원들은 일종의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의 연구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보호는 당연하다. 문제는 이것이 지나쳐 연구원 개인의 「퍼포먼스」까지 보호된다면 그것은 과잉보호』라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원들도 자신들의 성과를 철저히 시장 경제 논리에 입각 점검해봐야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WTO체제는 곧 경쟁 라운드의 도입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연구원 개인이나 연구소등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창시절부터 스포츠라면 어느 종목이건 준 선수급은 될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다는 장소장은 요즈음은 시간에 게 취미 생활은 물론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쓸 틈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장세탁소장 약력
△1948. 경남 김해 출생
△1973.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1982.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석사, 박사(재료공학)
△1989. MIT기계공학과 GTE사, 선스트렌드파워시스템사 연구위원
△1993. 선경매그네틱 중앙연구소장
△1995. 국가 과학기술자문회의 사무차장
△현재 전자 품종합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