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 가상대학을 만들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사이버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한 대학교와 관련업체들이 멀티미디어에 의한 원격기술교육을 겨냥한 협회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그 주역은 생산기술연구원이 설립한 한국산업기술대학. 현동훈, 장승관 교수가 주축이 된 이 학교 교수진에 한전정보네트웍을 비롯, 삼성, 기아자동차, 금융연수원 등 30여개의 내로라 하는 국내 대기업과 기관들이 가세하고 있다.
협회 구성의 신호탄은 오는 28일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되는 「국제 원격기술교육 심포지엄」이다. 물론 내주중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를 동시에 갖는다. 협회장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전정보네트워크가 맡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난 상태다.
이들이 지향하는 것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기술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상 교육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동원되는 수단은 각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네트워크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중심으로 위성통신, 광통신을 이용한 양방향 교육과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접속, 강의와 수강이 이루어지는 원격교육으로 시간에 쫓기거나 생업 때문에 여유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기술습득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대학은 삼성SDS가 유니텔을 통해 이미 개강, 국내에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원격교육협의회가 추진하는 내용은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협회가 준비한 계획에 따르면 이 시스템에 등록한 학생들에게 가장 큰 메리트는 정부가 인정하는 「정식 학위」가 수여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운영 주체가 한국산업기술대학이기 때문이다.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산업기술대학으로부터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정식 커리큘럼인 것이다. 협회가 출범하고 산업기술대학과 원격기술교육시스템을 통해 이들을 흡수한다면 새로운 열린 교육의 장이 되는 것이다.
원격교육이 활성화된다면 현장 인력의 재교육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업과 유휴인력의 전직 재배치 직무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생산인력들의 신기술 습득을 위해 약 30개의 사내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사내 대학을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 현장 기술인력을 차출해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전문성이 핵심인 교육 프로그램 입안, 제작 등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 때문에 협회가 산업기술대를 통해 이같은 부분을 표준화하고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면 기업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 집단인 생기원이 보증하는 교수진이 실무를 맡아 신뢰성을 높인다면 호응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술교육에 관한한 협회와 산업기술대학이라는 「서버」에 자신들은 「클라이언트」로 물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네트워크를 통한 관련 정보의 확보와 교류도 「부수입」으로 챙길 수 있다.
협회추진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동훈 산업기술대학 교수는 『테크노 가상대학은 원격교육을 통해 법률적으로는 학위와 기술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존 인력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며 전직이나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원센터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기술교육협회와 이를 실행할 산업기술대학은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셈이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