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 도입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서머타임제란 쉽게 말해 여름철 출퇴근 시간을 1시간씩 앞당기는 것. 즉 현행의 「9∼6제」(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를 여름철에 한해 「8∼5제」로 조정하는 것으로 여름철 전력소비 감소와 에너지 절약 분위기 확산을 위한 것이다.
통상산업부는 이를 위해 이달 말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서머타임제 실시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수렴해 실시 여부를 최종 확정지을 방침이라고 한다. 통상산업부는 이에 대한 여론수렴을 위해 이미 지난달 19일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고 공청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서머타임제 도입에 찬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론조사는 재정경제원 산하 여론조사기관과 민간 여론조사기관 등 두군데를 통해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동시에 실시, 가능한 한 국민전체의 여론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 유럽지역이나 미국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서머타임제를 실시했으나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이나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 볼 때 5월부터 9월까지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통상산업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서머타임제는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4월부터 9월까지 실시해 본 경험이 있다. 또 사실상 서머타임제와 같은 조기 출퇴근제가 지난해 공무원이나 정부 투자기관 및 일부기업에서 실시된 바 있다. 조기 출퇴근제를 도입하던 때도 출근시간만 빨라지고 퇴근시간은 당겨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교통혼잡 현상은 오히려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경험에 비추어 퇴근시간을 지연시키면서 일을 시킨다든지 교통혼잡 가중현상은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기퇴근으로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났고 생산성도 향상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기 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당수 기업들은 서머타임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하지만 표준시를 바꾸는 서머타임제를 조기 출퇴근제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서머타임제를 당장 5월부터 시행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