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 대기업들의 무궁화위성 이용

「우주의 정보고속도로」라고 불리는 무궁화위성을 기업업무에 이용하려는 열풍이 국내 전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차게 불고 있다.

계열사 중 위성통신망 운영사업자를 갖추고 있는 삼성, LG, 현대전자 등 대기업들은 이미 사내방송에 위성통신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데 이어 일선 영업현장에 대한 교육 및 신상품 정보전송 수단 등으로 활용 폭을 넓혀가는 등 경영업무의 효율성 향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SK텔레콤(옛 한국이동통신)이 위성통신망을 이용해 무선호출서비스를 하고 있고 서울이동통신 등 여러 기업들이 기업전용 통신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위성이 우주공간에 위치해 있어 어느 지역이든 통신할 수 있는 원거리통신이 가능하고 거리에 따른 비용차이가 없으며 동시에 여러 지점과 통신할 수 있는 동보성, 다지점 접속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국에 흩어진 사업장을 동시에 연결해 경영회의를 하는 화상회의나 전속 대리점에 대한 다양한 정보전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본, 지점간은 물론 관련기업과 의사전달이 쉽고 회의를 위한 출장이 필요없어 비용과 인력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 전국의 모든 대리점을 연결해 판매, 재고, 주문 등의 물류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다가올 위성시대에 대비, 일반인들에게 위성방송을 통해 상품을 알리는 대단위 판촉행사용으로도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폭넓게 퍼져있는 이같은 위성통신망을 활용한 기업경영이 이젠 국내에서도 확산돼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이 최근 무궁화위성 서비스 개시 1주년(3월18일)을 맞아 발표한 중계기 임대현황 자료에 따르면 무궁화위성 1.2호의 24개 통신 중계기를 절반이상 재벌그룹 또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임대했으며 이들 중계기의 80.4%가 사내방송 및 영상회의, 광고방송, 무선호출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만 보아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의 위성통신망을 이용한 기업경영은 아직 제한적이고 초보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기업들의 위성통신 중계기 이용이 늘고 있는 수요를 충족시키고 우리 기업들이 추구하는 위성통신 경영시대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통신장비업체는 물론 정부가 할 일이 너무 많다.

무궁화위성 1호의 수명이 당초 계획했던 10년에서 4년으로 줄어들어 2호 발사를 앞당기기는 했지만 통합방송법 지연으로 방송용 중계기가 거의 낮잠을 자고 있다시피하다. 따라서 방송용 중계기를 수요가 늘고 있는 통신용 중계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이 이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행이다. 하지만 무궁화위성 1호의 수명을 고려할 때 검토로 끝날 게 아니라 이른 시일내 활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일고 있는 위성을 이용한 기업경영의 열의가 식지 않도록 정책부서의 전향적인 마인드 및 태도변화가 요구된다.

위성통신 서비스가 제대로 되려면 관련 장비산업의 발전과 보급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비업체들의 기술개발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무궁화위성이 우리나라의 방송, 통신 수단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런 발전을 초래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돼도 지상에서 송수신받을 장비가 빈약하면 독자 위성시대의 전개의 뜻은 반감된다. 소형 지구국 장비, 파라볼라 안테나, 각종 멀티미디어의 보급 확산, 그리고 무엇보다 디지털기술 채택에 따르는 정보기기산업의 쇄신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위성통신은 우주시대와 초고속 통신망 구축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위성의 제작, 발사기술의 자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우주 주권을 확보하기 어렵듯이 지상의 송수신장비도 외국기술과 업체에 의존해서는 위성통신이 활성화될 수 없음을 장비업체들은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