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낙(FANUC)은 일본에서 명승지로 알려진 야마나시현 후지산 자락, 도쿄에서 서남쪽으로 1백30㎞ 떨어진 오시노무라에 소재하고 있다. 작은 거인 파낙은 지난 55년 후지쯔사의 수치제어(NC)장치 부문이 독립해 설립된 회사로 Fujitsu Automatic Numerical Control의 약자다.
원래 파낙은 지난 58년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NC장치를 수주받아 후지쯔가 납품하면서 붙인 브랜드명이었으나 72년 후지쯔로부터 독립한 이후 회사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정시간 노동, 로봇과 기계는 정시간 외 작업」 「정시간 내 노동의 효율화, 정시간 외 작업의 무인화」.
공작기계의 핵심장치인 컴퓨터 수치제어(CNC)장치와 산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세계 자동화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파낙의 공장 곳곳에 걸려 있는 사장명의의 문구들이다.
파낙은 산업용 로봇 등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공장자동화(FA)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고작 2천여명의 종업원에 매출액 1억5천억엔(95년 기준) 규모의 중견기업인 이 회사가 도요타와 같은 세계 초일류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는 세계 산업용 로봇과 CNC장치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창업이래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매년 20∼30% 이상의 높은 경상이익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80년대 초반부터 대부분의 산업에서 미국 등 여타 선진국들을 물리치고 세계 최고의 자리를 점하기 시작한 것도 파낙이 NC장치를 개발, 일본의 급성장의 배후에서 큰일을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파낙을 「작은 거인」 또는 「메카트로닉스 왕국」 「노란 황제」라고 부르는 것이다.
급성장의 배경에는 우선 2천여명의 직원 중 순수 연구원이 7백명 선으로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 연구원, 주임연구원들이 전속된 세일즈 엔지니어로 불리는 영업사원까지 포함하면 R&D 관련요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종업원의 무려 70∼80%에 달하며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 주저함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외형만 아니라 전기, 전자, 기계, 소재기술 등을 융합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화하는 「기술융합」과 시장분석 자료를 제품화하고 제품개념을 개발 프로젝트로 분해하는 「수요의 구체화」라는 구체적 연구개발 전략에 기인해 개발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파낙은 80년이래 파낙 FA랜드를 구축하고 89년 쓰쿠바공장에 컴퓨터 통합생산(CIM)체제를 도입하는 등 전 공정을 자동화,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거둘 수 있었다.
파낙의 독특한 상품개발 전략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품 수 축소, 비용 삭감, 신뢰성 제고, 훌륭한 디자인 등 4가지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이 회사의 철칙이다.
파낙의 연구소는 보통 시계보다 10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시계가 걸려 있다. 개발속도와 상품화의 적시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多能은 군자의 수치」라는 말로 대변되는 사업집중화와 흔히 문어발식 사업다각화나 기업매수에 의한 다각화가 아닌 「내부로부터의 사업다각화」가 파낙의 경쟁력을 높인 결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즉 파낙기술의 근간인 NC와 컨트롤 모터를 중심으로 CNC장치, 산업용 로봇, 방전가공기, 사출성형기, 서보모터 등 관련기술을 적용한 제품만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다.
이외에도 창업 당시 제어기술 개발팀장이었던 이나바 사장을 떼어놓고 파낙의 성장을 생각할 수 없다. 공학박사인 그는 지금도 연구개발 과제를 직접 챙기며 벤처 테크놀로지가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장한 이후의 파낙을 더욱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파낙은 지난 78년 자본금 50억4천2백만원(97년 3월 말 현재) 중 50%를 출자해 코오롱그룹(44%), 화천기계공업(약 6%)과 공동으로 한국화낙(대표 김동기)이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CNC장치와 산업용 로봇 등을 한국 내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