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가전업계, 신상품 개발방향 잡기 총력

가전업계에서 소비자에 대한 조사 연구 방향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개발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조사연구활동에서 앞으로 전개될 제품환경에 맞는 상품 개념을 찾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략적인 조사연구 활동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저마다 전담 연구소를 운영하거나 제품 모니터팀을 두면서 정기적으로 소비자의 의식과 생활 실태를 조사해 왔으며 제품에 대한 각종 의견도 수렴해왔다.

가전업체들은 그 결과를 갖고 기존 가전제품을 개선하거나 새 상품을 만들어 왔다.

그렇지만 이같은 조사연구는 특정 상품에만 국한돼 진행됐다.

상품마다 이미지가 서로 달라 통일성을 잃는 경우가 많으며 예기치 않게 또다른 소비자 불만을 야기하기도 했다.

히트 상품도 나타났지만 반짝 빛을 보다가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제품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데 이러한 흐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 단순히 소비자의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데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전3사는 최근 소비자에 대한 연구방향을 재조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상품기획센터에 「휴먼라이프리서치센터(HLRVC)」라는 이름의 조직을 별도로 신설해 소비자 이전의 인간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이 팀은 인문사회계열 출신의 석, 박사급 연구원 5명을 포함해 모두 9명으로 구성됐는데 최근 「어린이의 발달 특성에 적합한 전자미디어의 컨셉을 위한 기초연구」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가족, 청소년, 노인, 감성지수(EQ) 등 다양한 인간문제를 연구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89년에 LSR연구소를 설립해 전자업계에서 이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와 같이 상품의 컨셉를 제안하는 업무에서 한 걸음 나아가 소비자에 대해 심층적을 연구해 신상품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LSR의 연구주제를 확대하는 대신에 연구 분야를 더욱 세분화 전문화하는 한편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기법의 개발에 앞으로 주력할 방침을 갖고 있다.

가전업체들이 이처럼 소비자 연구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은 최근 가전시장이 성숙되고 멀티미디어화가 급진전하면서 그만큼 소비자의 욕구를 알아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성장기 시장에는 각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사항이 빗발치지만 성숙기 시장에 들어서면 지극히 작은 부분에 대한 개선요구만 나타난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고객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새 상품과 사업을 개발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기존 가전시장과 새로운 멀티미디어가전시장의 사이에서 큰 공백이 생긴 상태에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매우 힘든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을 더욱 근본적인 인간 연구로써 타개하자는 인식이 점차 가전업계에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