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회에서는 시간이 모든 평가요소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보사회에서 시간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된 것은 정보기술의 발전과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및 기타 컴퓨터와 관련된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산업사회에서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화상회의 등을 현실 속에서 가능하게 만들었다. 정보기술은 공간의 차이가 주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시간단축의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사회의 특성들은 정보기술 중심으로만 추진되는 경우 달성되지 못한다는 점이 정보화의 어려움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최근들어 많은 기업들에서 시도하고 있는 정보화 노력에서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정보화의 제1목표인 「신속화」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정보화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정보기술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정보기술은 누구나 잘 아는 바와 같이 첨단에 첨단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 정보는 기업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이며 이에 관련된 핵심정보가 회계정보다. 그런데 회계처리는 복식부기의 틀 속에서 진행된다. 복식부기는 「자기 검증기능」을 가진 회계처리 방법으로서 기업활동 정보로부터 이른바 거래의 8요소를 추출하여 차변과 대변으로 분류, 기장함으로써 인간의 의도적인 부정이나 오류를 예방하고 쉽게 발견하자는 기법이다. 복식부기는 이러한 자기 검증기능으로 인해 처리방법을 숙달하는 데 상당한 전문지식이 필요하지만 그 방법이 체계화된 지 5백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공식적인 회계처리기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주지한 바와 같이 기술적인 면에서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구현된 회계 프로그램에서는 차변과 대변의 일치 여부가 전산적으로 자동 검증되고 총계정 원장과 보조장의 작성자가 최초 입력자 1인으로 통합되었으며 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 시산표 작성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전산환경에서 구현되고 있는 복식부기 회계처리는 복식부기의 최초 채택목적인 자기검증 기능의 장점은 남아 있지 않고 회계처리를 위한 전문지식만 요구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전산화하기 이전의 수기회계처리 시대에서는 장점으로 인식되던 자기검증 기능이 회계처리의 어려움을 상쇄하고도 남았겠지만 전산화가 진전된 지금에는 회계처리의 어려움이 진정한 정보화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보기술의 힘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울러 복식부기라는 정보처리의 형식적 틀이 회계정보의 범위를 제한하고 보고서 형식을 광범위하게 지배하고 있으며 경영조직의 형식까지 제한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훨씬 커진다.
사회 전반이 산업화에서 정보화로 이전되면서 수많은 경영학자나 미래학자들을 중심으로 현행 회계처리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활동기준 원가회계(ABC) 등도 제시됐지만 회계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이를 도입한 국내 기업들에서도 최근들어 실패를 시인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들어 복식부기회계의 한계를 근원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활동정보회계(AIA)가 제시되고 있다. AIA는 기업 현장에서 발생한 정보를 복식부기와 같은 별도의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경영정보화함으로써 회계처리를 위한 별도의 시간을 요하지 않으며 활동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경영정보화할 수 있어 회계범위를 과거 부기의 수준에서 경영정보의 수준으로까지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A가 기업에 폭넓게 전파될 경우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徐元敎 한구생산성본부 AIA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