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의 세계화는 이제 해외현지 투자진출이나 글로벌 마케팅 등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외투자가들에게 자사의 이미지를 높여 양질의 국제금융을 유치하는 것도 세계화 추진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LG전자 증권팀에서 IR담당자로 근무중인 김혜진씨(캐나다명 Carol Kim, 28, 여)는 LG전자는 물론 전자업계 세계화 추진의 첨병임에 틀림없다.
『최근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 투자가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국 투자가들 중 상당수가 현재 한국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LG전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시키느냐에 따라 세계적인 기업으로의 진입시기도 결정날 것으로 봅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그 곳에서 대학을 마친 김혜진씨는 LG전자에 입사한지 이제 2년밖에 되지 않는다. 토론토 대학에서 도시경제학을 전공한 후 1년여 동안 캐나다 기업에서 IR 매니저로 일하기는 했지만 지난 95년 6월 LG전자에 입사할 때까지는 한국기업에 대해 전무했던 그녀가 2년 만에 외국 투자가들에 대한 홍보전문가로 변신한 것이다. LG전자가 1년에 2회 정도 개최하는 IR설명회뿐 아니라 고위 임원들의 해외투자가 개별면담에 감초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김혜진씨는 『아직도 회사의 구체적인 사업내용과 기술개발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동안 주요 임원들과 자주 만나면서 LG전자가 추구하는 경영 및 기술개발 방향 등을 파악함은 물론 향후 비전을 확신할 수 있어서 LG전자에 관심을 갖는 외국 투자가들을 자신있게 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위에선 김혜진씨를 대단한 열성파로 보고 있다. LG전자에 입사할 때까지 연세대 어학당에서 약 5개월간 한국어를 공부한 것이 고작이지만 지금은 까다로운 기술분야에 대해서도 우리말로 얘기할 정도이고 시간차로 인해 업무처리가 곤란한 경우에도 새벽 3시까지 남아서 일을 마무리짓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고 평한다. LG그룹이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개최한 스킬경진대회에는 사회자로 차출되기도 했다. LG반도체, LG정보통신 등 일부 그룹계열사에선 김혜진씨의 활약상에 고무돼 최근 이 분야에 교포 2세를 채용했다.
김혜진씨는 『우선 LG전자가 신뢰할 수 있는 회사여서 좋고 IR업무가 제 적성과 맞아 그리 어렵지 않게 업무를 습득해가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돼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게 목표』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