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모리산업은 현재 경쟁력에서나 인지도에서 일본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 이제는 기술력과 우수한 설계인력을 기반으로 시스템산업의 중추가 되는 설계력을 기초로 한 주문형반도체(ASIC)산업을 발전시킬 때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조립 산업단계를 넘어 경쟁력을 갖춘 자체 ASIC을 개발해 만든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대만이 제1의 PC생산국이 된 것은 대만업체들이 C&T라는 미국 벤처업체의 배급에서 벗어나 PC의 로직을 ASIC화한 칩세트를 자체 설계해 원가를 낮추고 또한 제시간에 원하는 만큼을 공급받을 수 있게됐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연구소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작용을 했다. ASIC산업이 전 전자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것이다.
ASIC사업의 성공요소는 선진 공정기술에 강력한 라이브러리와 범용성 및 연계성이 좋은 설계 자동화 툴 지원능력, 그리고 시스템 세트에 따른 설계를 위한 코어(Intellectual Propety:IP) 보유력과 그 활용력에 있다. ASIC 설계는 과거 게이트 레벨 설계에서 현재 HDL(Hardware Description Language) 설계에 의한 시스템 온 칩(System on a Chip)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십만 게이트를 원칩화하기 위해서는 코어의 사용과 설계자동화 툴(EDA Tool)의 지원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제조공정과 라이브러리 측면에서는 선진업체와 대등한 수준인 0.35미크론까지 개발했지만 시스템 온 칩의 설계력과 코어에서는 열세이다. 그러나 코어(IP)는 필요시는 설계자동화 툴 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IP조합에서 제공받을 수 있고, 오픈마켓에서 구매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 생산업체나 국책연구소, 반도체 업체 연구원들의 사양서 작성능력이 아직 미흡하고 시스템 설계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일부 국책연구소나 기업연구소에서 통신용이나 DVD용 ASIC을 설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통상산업부와 반도체 소자3사가 반도체협회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설계인력 육성 사업은 한국과학기술원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에 맡겨 2년차 추진하고 있고, 3년차부터는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템업체와 반도체업체간 협조에 의해 시스템용 ASIC을 만들고, 이를 반도체 업체가 ASSP(Application Specific Standard Product)로 만들어 세계시장에 마케팅하며 ASIC 디자인 하우스들도 벤처사업화하여 세계시장을 상대로 ASSP를 판매한다면 우리의 ASIC사업과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상 저급의 시스템 조립생산에서는 국제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 따라서 이제는 시스템산업의 발전과 반도체산업의 성공을 위해 시스템의 ASIC화가 필수적임을 재삼 인식하여 통상산업부만이 아니라 교육부, 정통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설계인력 육성사업과 시스템 ASIC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은 대학원 중심으로 설계인력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교육을 하고 시스템설계 리더를 배출하기 위한 응용기술교육에 좀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과거는 인재의 수가 문제였으나 지금은 전문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설계 때마다 다른 분야 설계에 연구원을 투입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연구원의 장인정신 없이는 모방을 하지 않은 독창적인 기술과 특허가 들어간 시스템 ASIC을 설계할 수가 없다.
시스템업체가 시스템용 ASCP(Application Specific Custom Product)를 「시스템 온 실리콘」으로 설계해 사용하는 날, ASIC설계는 시스템 회사가, 반도체회사는 설계지원과 생산만 담당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자기 기술이 아니면 승리란 없다. 반도체업체는 꾸준히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력 배양에 힘쓰고 시스템업체는 혁신을 통해 자기기술화할 때 전자산업이 발전하고 ASIC산업 또한 발전할 것이다.
<林哲鎬 LG반도체 ASIC BU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