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이하 SW협회)가 최근 우리나라 SW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SW협회의 거듭나기는 지난 95년 12월 「소프트웨어 개발촉진법」이라는 개별법에 의해 특별법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전환되면서부터다. 이전까지 SW협회는 민법(제32조)에 의한 순수 사단법인 형태였으나 소프트웨어 개발촉진법 제13조에 의해 이른바 국가의 정책적 지원 및 감독을 받는 법인, 즉 특별법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특별법인 전환 이후 SW협회는 업계의 오랜 희망사항이었던 SW 공제사업 추진과 한국SW지원센터의 출범을 비롯, SW사업자 신고제 대행, SW기술성 평가기준의 마련 등 크고 작은 일들을 전개해왔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SW협회는 95년 이후 정부의 정책과 민간 SW업계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수십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공제사업이나 한국SW지원센터의 출범 등은 사단법인 시절에는 엄두도 낼 수 없던 일들이다.
그러나 또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면 SW협회의 이같은 성과들이 반드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 성과에 대해 터놓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있는 회원사 관계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SW협회가 민간업체들의 대의체로 출범한 것인 만큼 업계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이를 정책으로 되받아오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정책만을 일방적으로 받아오는 관변단체로 전락해버렸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표적인 사례를 최고의 성과로 꼽히는 한국SW지원센터의 출범과 SW 공제사업 추진과정에서 찾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SW지원센터는 당초 SW협회가 회원사들의 각종 고충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무국 산하기구로 추진하다 지난해 정부 개입으로 빛을 본 경우. 그러나 1백% 정부예산이 투입되면서 센터의 역할과 성격은 투자효과가 불투명한 소기업과 창업자 지원 또는 정부의 SW정책에 대한 대민 홍보창구 등으로 변했다.
더욱이 정부는 예산집행과 감독을 위해 센터를 SW협회에서 분리, 별도 조직화(재단법인)해 직접 챙기고 있다. 결국 제2의 SW협회가 만들어진 셈인데 두 단체는 현재 각종 정부 이권사업이나 예산따내기 경쟁 등에서 맞수대결도 불사하는 판국이어서 같은 빌딩에 입주해 있는 사무국 직원들 사이에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SW 공제사업 역시 당초 SW협회가 구상하던 것을 50억원의 정부예산이 투입되면서 지난해부터 정식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일정을 보면 4월1일 시행과 함께 공제기금 가입자를 모집하며 예상 민간출연금 60억원이 확보되는 오는 7월1일부터 사업에 본격 나서기로 돼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사업에서도 예산의 관리감독 이유를 들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추진작업을 독점, SW협회 회원사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신설된 공제사업본부 운영에 사무국이 거의 관여하지 못하고 정통부가 내려보낸 전문가가 지휘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관계자들은 7월 사업이 시작되면 공제본부 역시 별도 법인으로 독립돼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W협회가 관련업계 대의체로서 주체성과 자율성을 잃고 있다는 증거는 협회와 관련된 모든 언론 보도자료가 정보통신부에 의해 배포되고 있다는 것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특별법인 전환 이후 SW협회의 행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더 많아 보이는 이유는 과거 다른 분야에서 보였듯이 지나친 정부개입에 대한 부작용을 더욱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SW 회원사들 대부분은 수백여개 민간기업을 회원사로 거느린 SW협회가 관변단체 역할에 만족하기를 원치 않고 있다. SW협회의 또다른 거듭나기가 한시 바삐 요청되는 시점이다.
<서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