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들 케이블TV 프로 무차별 복제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들의 지상파방송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걸핏하면 일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모방해 비난을 받던 지상파TV들이 최근에는 국내 케이블TV 프로그램을 무차별적으로 베껴 방송사의 윤리와 상식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KBS 2TV가 케이블TV 여성채널인 GTV(채널35)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이정섭의 요리쇼」를 그대로 가져다 방송하고 있는 것. GTV가 기획하고 독립 프로덕션인 리마주가 제작해 지난해 3월부터 GTV에서 방송되던 이 프로그램은 최근 리마주측이 GTV와의 재계약을 거부, KBS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모방이라기보다는 아예 통째로 빼앗아 온 셈.

리마주는 이 프로그램과 함께 「다큐 법정추적」이라는 신설 프로그램도 봄 개편부터 KBS에 공급하고 있다. GTV 관계자는 『GTV와 리마주가 공동 제작, KBS에 판매하는 방안을추진하던 중에 리마주가 KBS와의 인맥을 동원,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버렸다』면서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는 GTV것인 만큼 명백한 저작권 도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법적으로 대응할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나 케이블TV로서는 지상파방송사가 프로그램의 잠재적인 고객인 만큼 일단 참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GTV는 지난해 5월 「이경실의 돈, 돈을 법시다」의 한 코너도 SBS에 도용당한 바 있다. SBS가 진행자 이경실을 빼내 「세상을 열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똑같은 양식의 재테크코너를 등장시켰던 것.

MBC TV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이경규가 간다」 코너도 HBS 「좋은 세상 만들기」의 「작은 영웅을 찾아라」를 베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예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방송하려다 HBS측의 항의로 무산된 적도 있다.

동아TV도 KBS 2TV의 「감동 깜짝쇼」가 자사의 「슈퍼 팡파레」를 베낀 것이며, SBS의 「아이 러브 코미디」도 자사의 「아이 러브 다이어트」와 형식과 진행자가 같다고 밝혔다.

방송 관계자들은 『케이블TV의 등장으로 지상파방송이 다양성을 갖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프로그램 아이디어까지 무단으로 도용하는 것은 기본적인 작가정신마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