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시스템에 관한한 가장 보수적이라는 정평을 얻고 있는 국내 은행계에 최근 이변이 잇따라 발생해 중대형컴퓨터업계는 물론 은행권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변의 내용은 한국IBM이 동화은행과 경기은행의 주전산시스템인 계정계시스템의 공급자격을 획득한 것. 한국IBM이 이들 두 은행에 계정계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대형컴퓨터 공급 계약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번에 한국IBM이 대형컴퓨터를 공급키로 한 동화은행의 경우 그동안 국내 은행권 주전산시스템 시장을 놓고 나름대로 주도권 경쟁을 벌여온 한국유니시스의 대형컴퓨터를 사용했던 은행이고 경기은행은 한국NCR이 전북은행과 더불어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시중 은행 고객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주전산시스템을 공급했다는 것은 금액도 금액이지만 중대형컴퓨터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중대형컴퓨터업체는 사활을 걸고 실적 쌓기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경쟁사의 시스템을 걷어내고 자사 시스템을 공급하는 소위 「윈백」은 당하는 업체에게는 치욕스런 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IBM이 이같은 윈백을 두번이나 연거푸 실시, 그 배경과 비결이 무엇이냐를 두고 업계의 추측이 무성하다.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추측은 주로 한국IBM이 국내 은행권 전산시스템을 석권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여겼던 가격 인하 공세를 취하고 있다는 데 우선 모아지고 있다.
한 때 클라이언트 서버 열풍에 휘말려 광주은행의 전산시스템을 한국HP에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던 한국IBM이 최근들어 수그러들고 있는 분산, 개방형 전산시스템 열기에 편승, 가격을 앞세워 은행권 시장 공략을 재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한국IBM에 일격을 당한 한국유니시스나 한국NCR의 영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상상을 뛰어넘는 가격 인하 공세에는 백약이 무효했다』고 실토하고 있다.
이에대해 한국IBM의 영업 관계자는 『메인프레임의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라고 설명하면서 『이제는 기존 유닉스 서버업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가격적 메리트는 없어졌으며 오히려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스템유지 및 운영비가 메인프레임에 비해 더욱 비싸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여튼 이번 경기은행과 동화은행의 계정계시스템 대체 사건을 계기로 국내 은행권 시스템 시장을 석권하려는 한국IBM의 파상적인 메인프레임 가격 인하 공세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여겨져 메인프레밍업체간 혹은 유닉스서버업체와 메인프레임 업체간의 시스템 공급 경쟁은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