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PEC 역내 무역자유화 가전부문 우선 개방 검토

정부가 아, 태경제협력회의(APEC)내 무역자유화의 일환으로 가전시장을 우선 개방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전업계에 파문이 예상된다.

1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통상산업부는 지난 2일 정부 관계기관대책회의를 개최, 지난해 말 필리핀 수빅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역내무역 조기자유화를 위한 산업별 개방순위 발굴 과정에서 가전, 철강, 화학 등 3개 산업을 우선개방 순위로 선정, 구체일정 등을 협의했다.

그러나 가전제품에 대한 APEC역내 조기관세 철폐조치는 외국산 가전제품의 국내시장 잠식이라는 측면에서 가전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부 관계자들도 이에 대한 격렬한 찬반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책회의에서 국내시장 우선개방론자들은 「아, 태지역 무역자유화에 따른 영향분석」이란 자료를 통해 유통시장이 완전개방된 상태에서 수입가전제품에 대한 관세가 무세화할 경우 외국제품에 의한 국내시장 잠식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수입증대보다는 수출증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관계자는 가전시장을 우선개방할 경우 후발개도국산 제품과 차별화를 위한 국내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활발해져 제품구조의 고도화가 한층 빨라지며 국내기업들의 해외생산 확대전략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반해 우선개방 불가입장을 표명한 관계자들은 업계의 시장다변화 노력으로 아, 태지역에 대한 수출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수입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툭히 VCR, 캠코더 등 주요 가전의 경우 동남아산 일본제품으로 말미암아 수출은 계속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 논란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들은 중국, 동남아 등 신규시장에서의 높은 관세율(30∼60%)을 고려할 때 무관세화가 수출확대에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나 최대 수출품목인 컬러TV 등 영상기기의 경우 이미 현지생산체제로 전환했거나 전환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우선 개방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산부의 한 관계자는 『APEC 역내무역 조기자유화를 위한 과제발굴 과정에서 가전을 포함 3개 산업을 우선개방 순위로 상정,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확정된 내용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좀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 정부측의 입장』이라고 밝혀 당초 방침에서 후퇴했음을 시사했다.

전자산업진흥회와 가전업계는 이와 관련, 최근 동남아산 일본제품의 국내 유입과 미국산 컬러TV의 시장잠식 등 국내 가전시장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가전시장 개방 논의가 진행된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표시하는 등 후속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말 필리핀 수빅 정상회의에서는 APEC 내에서 교역 및 투자, 경제성장에 긍정적 역할을 미칠 수 있는 분야를 조기 발굴, 오는 99년까지 무역 조기자유화 대상분야 발굴작업을 완료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