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업체들이 소프트웨어(SW)의 수출산업화에 눈을 뜨고 있다. 최근들어 SW가 거액 수출되는가 하면 상당액 SW수출계약 사실이 보도되는 등 해외를 향한 우리 SW업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정부가 SW가 고부가가치산업이고 우리나라의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인식해 수출산업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데다 일부 SW업체들도 협소한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시장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이나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SW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인식, 대응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SW수출은 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0년 SW수출은 1천4백만달러였다. 이후 94년에는 1천7백만달러 규모에 이르렀고 지난해에는 3천5백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국산 SW수출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정책부재에 원인이 있으며 다음으로는 수출할 만한 기술력을 지닌 국산 SW가 없었다는 점, 세번째는 중소업체들이 대부분인 SW업체들이다 보니 신속한 해외정보 입수와 해외마케팅의 전개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원인으로 국산 SW는 가끔 그리고 단기적으로 수출이 이뤄진 정도였다.
따라서 SW의 수출산업화를 위해서는 환경조성이 급선무로 지적된다. 먼저 정부는 「2001년 SW수출 25억달러 달성」이라는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우선 SW산업의 특성을 이해한 다음 그 위에 수출산업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정책방향을 수립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수출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수출을 독려한다고 해서 수출목표가 달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SW는 기술의 혁신속도가 빨라 제품 수명주기가 매우 짧다. 또 수출시장을 개적하려면 해당 국가와의 문화차이를 극복해야만 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시스템SW나 프로그래밍 언어 등 주요 분야는 이미 선진국의 제품이 표준화돼 있어 국산 SW수출은 어렵다. 오락용이나 통신용, 멀티미디어분야가 국산 SW수출에 유리하다. 또 우리의 기술수준, 자금력, 인력 등을 고려한다면 국산 SW수출시장은 니치마켓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빠른 기술혁신에 대응하려면 전문화된 SW기업이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이는 정부가 국가대형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전문기업으로 하여금 최신 SW기술을 확보토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국내 SW업체가 적극적으로 최신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선진국 선진업체와 기술협력 또는 합작을 실시한다면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도 SW수출을 육성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와 같은 선진국의 소프트웨어 전문단지 안에 우리 SW업체 또는 단체가 진출한다면 선진기술 획득뿐 아니라 진출대상국의 시장과 기술동향에 대한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어 국산 SW의 개발방향을 설정하고 SW를 수출상품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산SW의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드웨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는 것도 바람직하다. 최근들어 국내 PC메이커들이 PC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만큼 PC에 국산SW를 연계시켜 수출할 수만 있다면 SW수출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방법들은 SW수출산업화에 최소의 조건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선진국의 최신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지 못했고 대기업과의 협력은 요원한 실정이다. 게다가 전문기업의 수는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수치 달성에 연연하기보다 수출기반을 먼저 갖춰 수출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