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면 인쇄회로기판(PCB)용 페이퍼페놀계 원판(동박적층판:CCL)의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페놀원판 원부자재 수급전선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핵심 소재인 전해동박(ACF)을 필두로 페놀원판에 사용되는 주요 원부자재가 올 들어 내부사정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쪽은 동박. 페놀원판 원자재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 ACF는 후쿠다, 후루카와, 미쓰이, 일본에너지 등 일본 4대 업체와 일진소재 등 국내 업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적극적인 감산에 나서 주 시장인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품귀」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PCB용 동박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이들이 ACF를 대거 감산하고 있는 것은 국제 銅가격 하락에도 불구, ACF가격이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데다 수요업체인 원판업체들은 추가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때문. 여기에 세계 PCB시장이 다층PCB(MLB)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ACF보다는 MLB에 사용되는 UCF계열의 얇은 동박이 수익성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동박이 올 들어서 심한 공급부족사태를 빚고 있는 데다 일본 동박업체들이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자국내 원판업체로 공급을 제한함에 따라 두산전자, 코오롱전자, 신성기업 등 페놀원판 3사는 물량확보가 한층 어려워져 생산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다.
페놀원판의 절삭성을 높여주는 필수 첨가제인 棟油(오동나무 기름)도 주 산지인 중국 남부지역이 지난해 가뭄과 홍수가 겹치는 이상기후로 작황이 예년에 비해 30∼50% 정도 줄어들어 최근 큰 폭의 가격인상 조짐과 함께 심한 공급난을 예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두산전자의 한 관계자는 『95년엔 중국의 작황이 좋아 올 초까지는 그런대로 2∼3개월여의 재고물량을 갖고 운영해왔으나 최근엔 돈을 주고도 구매하기가 어렵다』며 『보통 10월에 수확해 3∼4개월 건조기를 거쳐 착유를 하는 동유생산의 사이클상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는 동유파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유는 특히 2차산업인 동박이나 케미컬류와 달리 수요변화에 따라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한 1차산업이고 중국 이외에는 산지가 거의 없다.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일부에서 생산되고는 있으나 절대 물량이 10%도 안될 정도로 미미하고 품질도 크게 떨어진다. 그 뿐만 아니라 동유유통을 중국계 및 일본계 중간상들이 장악하고 있어 원판업체들이 구매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원판업계는 중국에 관계자를 직접 파견, 정보수집과 구매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공급난을 예상한 원판업계의 가수요까지 생겨 구매처 확대는 커녕 가격마저 톤당 2천달러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올라 사상 최고치였던 92년 초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케미컬류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뚜렷한 이상기류가 포착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전자산업이 호황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전체적인 수요가 호전돼 공급업체들이 가격을 지난해 말 대비 최고 50%까지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페놀수지의 주 원료인 페놀의 경우 국내 거의 독점공급중인 K社가 이달 1일자로 평균 15% 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메탄올도 지난해 말 톤당 1백50달러에서 1월 1백0달러, 2월 2백50달러, 3월말 3백달러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포르말린의 경우도 주 공급선인 S화학이 50%의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원판업계 관계자들은 『페놀원판 가격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출혈생산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총체적인 원부자재 공급난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데도 경쟁력 10%살리기란 미명아래 세트업계에서 시작된 가격인하 압력이 PCB에서 원판으로 그대로 전가되고 있다』며 향후 페놀원판을 둘러싼 전후방업계간의 심각한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