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종합기술원, LG중앙연구소 등 주요 기업부설 연구소장들은 각각 해당기업의 최고 경영진이 차세대 신기술, 신제품의 개발을 요구하면서도 연구개발부문 투자는 다른 부문 예산과 마찬가지로 동결 또는 축소방침을 밝힘에 따라 큰 고민에 빠져 있다.
15일 오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강신호) 주최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역삼동 소재)에서 열린 제51회 연구소장 토론회(주제:연구구조 조정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는 삼성, LG, 현대, SKC 등 주요 대기업 부설 연구소장 50여명이 참석, 최근 국내 기업들이 심각한 불황극복을 위해 차세대 신기술, 신제품의 개발을 연구소측에 강력하게 요구하면서도 이에 필요한 투자는 동결 또는 축소방침을 밝히는 등 R&D전략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박동환 현대중공업 산업기술연구소장은 『이러한 문제점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 기업 총수들이 연구개발 업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영전략의 수립은 흔히 매출액 위주로 이루어지고 R&D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 연구소에서 연구원의 채용, 승진, 평가방법이 다른 일반직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연구장비를 한대 구입하려 해도 구매부에서 입찰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구원의 의견이 무시될 때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우상선 상성종합화학연구소 상무는 『연구개발비는 흔히 3∼5년 앞을 대비한 투자임에도 불구하고 매분기 이익을 남겨야 하는 것이 절대절명의 과제인 전문경영인은 흔히 이를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경기가 불황일 때에는 우선 손쉬운 연구개발비부터 삭감하려고 드는 속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국내기업들이 중장기 과제 개발에 투입했던 중앙연구소의 연구원을 대거 생산기술센터에 투입하고 있고 생산기술센터의 연구원은 다시 반품된 제품의 수리를 담당하게 하는 등 연구원을 전진배치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최근 기업들이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인사, 총무 등의 부서 인력을 대거 영업부문으로 전진배치시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인력 재배치가 기업들의 중, 장기 연구개발 전략수립을 어렵게 해 3∼5년 후 기업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무수 LG전자 전무는 『연구원들은 언제나 영업담당 이사가 기술발전 동향에 대해 무지하다고 불평하는 반면 영업직 직원들은 연구원들의 비즈니스 감각 부재를 탓하게 마련』이고 『이 두 그룹간 갭을 어떻게 매울 것인가가 요즈음 숙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우리회사는 최근 최고 경영자와 영업 및 연개개발 담당 임원간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 회사 경영의 장기전략을 놓고 밤을 새워가며 난상토론을 벌인 결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고 소개하면서도 『2005년 매출목표 60조(96년 7조5천억) 달성을 위해 어떤 신제품을 내놓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서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