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BBC에 부는 민영화바람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최근 5개의 새로운 상업채널을 설립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BBC에 불고있는 민영화바람이 전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년전부터 그 낌새를 드러낸 BBC의 민영화 움직임은 주로 BBC내의 소속 제작시설과 자료 또는 부설조직을 대여,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으며 최근들어 단계적으로 강화돼 왔다.

지난 93년 4월 BBC는 프로그램 제작시 외부 제작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작자들의 선택」이란 프로젝트를 입안,주목을 끌었다.이 프로젝트의 시행결과 BBC내부시설보다는 외부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임이 밝혀졌고 이에따라 BBC시설의 3분의 1가량이이용가치를 잃게됐다.

이같은 흐름속에서 BBC의 시설 및 자료부서는 4년동안 계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여왔고 결국 운영비용의 반감과 5천여명에 달하는 운영인력의 절감효과를 거두었다. BBC당국의 입장은 외부프로그램시장이 활발해지고있는 상황에서 방송사가 자체 소품실이나 디자인팀을 떠안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BBC는 이러한 조직정비만으로도 약2억파운드(3천억원상당)에 달하는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BC의 민영화는 96년 5월 마련된 디지털방송을 위한 10개년 계획에서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이 안에서 BBC는 기본시청료만을 지불하는 일반 시청자들과 디지털방송이후 가능해진 신생채널시청 및 부가서비스을 받는 가외비용 지불시청자들을 구별했다.즉 이 안은 「Broadcasting」과 지불한만큼 시청하는 「Narrowcasting」을 구분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 초 BBC가 영국의 주요3대 프로그램 제작사인 BSkyB,칼튼,그라나다사의 연합체인 BDB(British Digital Broadcasting)와 제휴하여영국디지털방송의 주도권을 잡는데 까지 이르고 있다.BBC의 BDB참여는 장차 방송계를 통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방송단계에서는 공영방송사와 민영방송사간의 구별이 사실상 무의미해짐을 의미한다.

BBC의 상업화경향은 올 2월 영국정부가 BBC Resources사 설립을 인가함으로써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더욱이 BBC는 4월을 기점으로 프로그램 제작부서와 방송부서가 완전히 분리하는 방식으로 재출범한다.BBC조직의 세분화와 이에따른 세분화된 BBC내 조직의 민영화과정을 예고하고있는 것이다.

BBC가 겪고있는 변화가 영국방송환경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예측하지못하고 있다.분명한 것은 다채널추세와 이에따른 민영상업방송의 득세 등 최근의 방송환경변화는영국인들이 이제까지 느껴왔던 BBC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