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1)

고부가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침체 원인을 산업구조의 왜곡에서 오는 구조적인 침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70,80년대 자동차, 전자제품, 선박, 중화학공업 등 대기업들이 많은 자본을 들여 시장을 독점지배하던 산업구조와는 달리 이제는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제품을 빠른 기간내에, 그것도 가격경쟁력을 가진 기술력으로 생산해야만이 성공할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 중공업 중심의 투자를 지속해왔고 모든 정책이 이러한 경제논리에 근거, 시행돼왔다.

다행스럽게도 최근들어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21세기 대안을 찾자는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 다소 늦은감이 있으나 우리 경제를 살려낼 대안으로서 벤처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벤처기업 투자활성화는 곧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투자활성화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지는 이에따라 전자, 정보통신 산업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이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라는 대주제아래 매주 목요일 연중시리즈로 전자, 정보통신 분야에서 떠오르는 주요 벤처기업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떠오르는 벤처기업>

최근 새로운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무공해산업이자 기술집약적인 컴퓨터, 정보통신, 전자관련 업종의 벤처기업에 대한 육성은 정부부처의 주요관심사이자 국가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주요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선마이크로 시스템즈, 넷스케이프와 같은 벤처기업이 지난 80년대 당시 장기침체의 늪에 허덕이고 있던 미국경제를 되살린 예가 있듯이 오늘날 우리의 벤처기업들도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허덕이고 있는 우리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는 신념아래 의욕에 불타있다.

최근들어 기술 하나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벤처기업들이 속속등장,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정보통신 전자관련 업종의 빠른 기술변화에 힘입어 벤처기업은 급속도로 우리나라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주요 성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80년대초 혜성처럼 나타난 삼보컴퓨터, 큐닉스, 핸디소프트, 메디슨, 휴먼컴퓨터, 한글과 컴퓨터 등이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중 국내 벤처기업 효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출신 이용태 박사가 80년 창립한 삼보컴퓨터라 할 수 있다.

<경제활성화 밑거름>

삼보컴퓨터는 창립당시 대여섯명의 전문인력이 모여 국내 최초로 컴퓨터를 조립을 시작해 현재는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매출액이 1조2천억원을 넘는 중견그룹사로 성장했다. 그뒤를 이어 생겨난 큐닉스컴퓨터 또한 연매출액 1조3백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서초동,우면동 일대의 멀티미디어 밸리와 대덕연구단지를 연구원 출신 창업기업들이 모임인 대덕21세기포럼 회원사들이 야심만만한 도전장을 던져놓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무선호출기, 무전기 등을 생산하는 팬텍, 스탠다드텔레콤, 엠아이텔 등도 어느새 성공적인 벤처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수는 97년 현재 약 1천5백여개로서 종업원 수만도 7만5천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9조원에 달하는 매출실적으로 올리고 있따. 당기순이익도 일반중소기업에 비해 약 5배정도 높다.

1백여명의 직원에 불과한 (주)핸디오피스가 단한번에 1천억원대가 넘는 수출 실적을 올렸던 것처럼 정보통신관련 업종 벤처기업의 파괴력은 70,80년대 섬유, 전자, 중화학, 자동차 업종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한 조사기관이 지난해 국내 1백대 벤처기업의 경영실적을 분석한바에 따르면 상위 20대 기업중 29개 기업이 전자, 정보통신 관련기업으로서 이들기업의 매출신장률이 평균 79%에 달하고 있다는 것은 벤처기업의 성정성과 벤처기업에서 전자, 정보통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 95년말 현재 최근 5년간 1백대 벤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연평균 86%에 달했다는 것은 벤처기업의 성장성을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으며 이로인해 벤처기업 창업 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벤처기업으로서의 성공과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최근 창업한 벤처기업들은 전문연구인력, 마케팅, 자금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

상당수의 창업기업들은 부족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랜서를 모집,운용하고 있으나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의성 부족땐 실패 위험>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승부하는 모험적인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규모 자본, 고학력의 엔지니어, 전문적인 마케팅, 투철한 프로의식 등은 벤처기업의 필수 요인이다.

대기업이 개발하지 못한 기술을 상품화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창업과 다른 어려움이 있다. 다시말해 대기업들이 착상, 발굴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며 실패위험도 높다.

흔히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의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이것은 미국식의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등이 10%이상 투자한 회사를 벤처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개념과는 다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벤처기업의 개념을 벤처캐피탈을 이용하는 기업이라는 단순한 의미보다는 기술집약적이고 전문적인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선도적인 의미로 벤처기업 개념이 점차 확대해석되고 있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개 경쟁력 우위를 점하는 시대다. 따라서 환경의 변화나 기술혁신에 재빨리 대응하여 그것을 상품화할 수 있는 순발력과 기업가 정신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탄탄하게 포진해 있어야만 국내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특히 기술혁신 폭이 엄청난 전자, 컴퓨터,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한 벤처기업들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새로부임한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새싹론」을 주장하고 있고 재계에서도 스톡옵션제, 코스닥시장 활성화 등을 강조하고 있어 우리나라 벤처기업들로부터 많은 환영을 받고 있다.

특히 통상산업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처 등이 앞 다투어 벤처기업을 위한 기술지원, 자금지원, 시장개척 등을 강조하고 있어 조만간 벤처기업의 호황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국가경제 주도>

그러나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업초기 갖고 있는 모험정신, 연구능력, 빠른 제품생산, 전문적인 마케팅 능력을 보유해아만이 기존 대기업이 빠뜨린 틈새시장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7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벤처기업은 연구개발과 디자인 개발형의 소기업 등이 집단화를 이루며 산업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벤처기업은 왕성한 경영자의 위험도전적인 활동, 사원의 대부분인 전문지식을 가진 고학력자, 대기업으로부터 신설 자회사주 배분형태를 취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 대부분이 다른 업종이나 대학, 연구기관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 많다.

기술집약형 중소기업 벤처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단순히 모험기업이라는 차원을 넘어 미래 국가경제를 이끌고 나갈 주체세력이 됐다.

<대전=김상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