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시기 시장 과열 조짐

자동판매기 관련 업체들이 여름철 특수를 겨냥해 슬러시기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밀어넣기식 판매가 속출하는 등 과열경쟁 조짐이 보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슬러시기 시장이 호황을 보일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LG산전, 삼성전자, 해태전자, 만도기계 등 대기업들은 각각 5백여대에서 많게는 2천5백대까지 판매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영업활동에 돌입,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함께 카이저통상, 성진전자 등 중소업체들도 외국산을 들여오거나 자체개발품으로 이 시장에 가세해 판매경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대리점이나 직판을 통해 슬러시기를 판매하고 있는데, 일부 업체의 경우 영업사원들이 소매점이나 문구점 등에 무차별적으로 슬러시기를 공급, 밀어넣기식 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슬러시기는 날씨가 더워지는 6월∼8월 사이에 이용률이 높은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사원들은 전력사용량을 감안하지 않고 수익성만 강조해 기기판매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름철 전력피크때 저전압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한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3구용 슬러시기를 일반 전원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고 판매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히고 『위생에 대해서도 전혀 걸림돌이 없는 것처럼 속여 판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영세상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세일과 함께 저가공세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가격이 대부분 2백여만원이 넘는 1구용의 경우 최근 2백만원 이하로 거래되고 있으며 3백만원이 넘는 3구용도 2백만원대의 저가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슬러시기 시장이 뜨거워지자 슬러시기 제조업체들은 튀는 아이디어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격인 세아물산의 경우 순수기술로 개발했다는 점과 미려한 디자인을 주무기로 삼고 있으며 보성기전은 최근 어린이층을 겨냥해 동요연주 및 음성안내 기능을 갖춘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또 해태전자는 서비스기기 수준에 머물렀있던 슬러시기를 자판기로 개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