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저소음 표시제도를 세탁기와 청소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을 세움에 따라 가전업체들의 저소음 제품개발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최근 저소음 가전제품의 개발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건설용 장비에만 적용을 제한해 온 소음표시권고제를 세탁기와 청소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에도 적용, 내년부터 2001년까지 시행하며 2002년부터는 제품출시 이전에 소음도를 검증받는 저소음 인증제를 도입키로 한 것.
이에 대해 가전업계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규제 이전에도 가전업계는 최근 몇년 동안 소음을 줄이는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와 상당한 기술축적을 이룬데다 규제 일정으로 보면 본격적인 소음규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전업계는 정부차원의 소음규제가 시작된 이상 전혀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눈치다.
한 가전업체의 관계자는 『소음표시 권고제가 아무리 권장사항이라고 해도 정부정책이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거의 의무사항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사실 저소음 가전제품에 가전업체들이 관심을 가져온 지는 오래됐다.
일부 앞서가는 업체는 단순히 소음의 음압을 낮추는 데 머무르지 않고 소음에 대한 소비자의 실제 느낌을 연구해 상품화할 정도로 소음을 활발히 연구,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소비자가 실제로 느끼는 「체감소음 분석기술」을 개발, 전자레인지를 시작으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청소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창원공장의 생활시스템연구소에 「소음, 진동팀」을 두고 소음을 극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우전자도 최근 청소기에 주파수 분석을 거친 흡음재를 갖추거나 냉장고에서 나오는 고주파 소음을 제거하는 등 사람 귀에 거슬리는 소음을 없애는 기술에 대한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연구개발의 결과 국산 가전제품의 저소음 수준은 해외 선진제품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 세탁기의 소음도는 세탁시 40∼43, 탈수시 50∼53이다.
이 수치는 유럽연합(EU)의 주요 국가가 최근 제정하고 있는 세탁기 성능기준인 세탁시 61, 탈수시 72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특히 국산제품에 채용된 펄세이터 방식은 구미 선진 세탁기 제품에 쓰이는 드럼방식과 에지테이터 방식의 세탁기에 비해 소음발생의 여지가 적어 소음도 면에서 국산제품은 외산제품을 압도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소음에 대한 관심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유난히 높은 편이다.
외국 소비자는 세탁기나 청소기를 사용할 때 시끄러운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국내 소비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가전제품의 소음에 대한 정부의 규제방침도 이같은 소비 풍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어쨌든 정부의 이번 저소음표시제도의 도입으로 가전업계의 저소음 기술개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가전업체들은 가전경기의 침체 때문에 최근 개발한 저소음 기술의 적용을 제한하거나 보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음을 낮추려면 설계변경이 불가피하며 여기에는 새로운 원가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저소음 경쟁이 벌어지면 가전업체마다 그 기술의 적용을 마냥 늦출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원가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조기술 개발이 업체마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 전문가들은 저소음을 유통시장 개방으로 물밀듯이 밀려드는 외산제품에 대해 국산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로 꼽고 있다.
정부의 소음규제가 없더라도 저소음 제품의 개발은 가전업체들이 어차피 짊어져야 할 짐이라는 지적이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