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두뇌 지능시스템

인류가 컴퓨터를 개발한 지는 불과 50여년에 불과하지만 계산능력 면에서는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다. 오래 전부터 컴퓨터 과학자들은 인간의 능력에 필적하는 계산능력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이 기억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염원을 꾸준하게 추구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인공지능, 신경망, 퍼지, 케이오스, 유전자 알고리듬 등의 다양한 형태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연구는 접근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인간두뇌에 필적하는 지능적인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면에서는 같은 범주에 속할 것이다.

현재의 컴퓨터는 계산이나 판단능력 면에서는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으나 실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상황에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1초에 10억개 이상의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조차 어린아이의 영상인식 능력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음성을 통한 자유로운 대화도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지능적인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간두뇌에 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것을 적절하게 모델링 할 수 있는 이론적인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인간 두뇌에 관한 오랫동안의 연구결과 인간의 두뇌는 1백40억개 정도의 뉴런(Neuron)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네트워크임이 밝혀졌고, 그후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면서 뇌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인 뉴런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뉴런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현재로서는 자세히 알기 어렵다. 다만 우리는 두뇌가 지능적인 사고와 지능적인 행동의 핵심이라는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후 신경생리학, 심리학, 생물학, 해부학, 수학, 공학, 컴퓨터, 신경망이론 등 관련 학문의 발전에 힘입어 두뇌의 작용에 대한 많은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뇌연구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생물학적인 측면에서의 두뇌연구와 더불어 컴퓨터를 통한 신경망을 통하여 지능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가 연구소와 대학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범국가적인 연구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1992년부터 10개년에 걸친 제6세대 컴퓨터 프로젝트에서 초병렬의 신경망 칩이 3대 주요 연구개발 목표로 설정되어 진행중이다. 인간두뇌를 모델링한 컴퓨터 기술은 장차 앞서가는 첨단 기술로서 자리매김을 할 것이고 이러한 기술개발은 치열한 첨단 기술경쟁에서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 나라에서의 두뇌 관련 지능시스템에 관한 연구의 활성화는 매우 절실한 형편이다.

이 분야의 국내 연구상황은 첨단 컴퓨터 연구분야로서 어느 정도 수준의 연구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더 체계적인 연구를 위한 조직의 결성을 통하여 차세대를 준비하는 핵심 기초기반 기술로서의 지원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능시스템 연구와 관련된 여러 학회가 협력하는 뇌정보처리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생물학적 두뇌에 관한 연구분야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루어질 때 학문적인 시너지 효과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다소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그 순간을 기준으로 볼 때는 가장 이른 시작 시점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간의 두뇌에 관한 연구와 이를 통한 지능시스템에 관한 탐구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도전의 가치는 충분하고, 이를 통해 현재의 소프트웨어 기술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

<金大洙 한신대학교 전자계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