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권구도의 중심축이 90년대 들어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군사력에서 기초과학과 첨단산업을 무기로 한 기술력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선진국들이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국가의 핵심과제로 선정해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도 포성없는 첨단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세계지배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이다.
따라서 기술 속도전에는 전후방이 따로 없다. 이제 과학기술 진흥은 개별 주체들만의 몫으로 떠넘길 사안이 아니다. 국가정책을 다루고 비전을 제시하는 행정관료나 정치 지도자들이 실로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물리학자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스노(C.P. Snow)경은 1964년 「두 문화」란 저작을 내놓으면서 『과학적 소양을 갖추지 않으면 현대적 지성인이 결코 될 수 없다』고 갈파했다. 세상을 급속하게 변화시키는 과학과 기술의 융합을 모르고는 국가사회를 이끌어갈 지성인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악수나 키스를 통해서도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즈음 쟁점이 되고 있는 인간복제(Cloning)도 사실은 과학기술의 산물이다. 이제 우리는 좋든싫든 인류가 20세기에 바친 최대의 업적은 과학기술 문명임을 인정해야 한다.
『위기 뒤에 기회 오고 기회 뒤에 위기 온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기회를 살리면 위기를 면할 수 있고 못 살리면 벼랑으로 밀려 날 수밖에 없다는 내포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 정국불안과 경제불황이 겹친 우리나라의 총체적 난국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화두로도 통한다. 위기와 기회는 수미상응의 형상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기술 하나로 몇백만명을 먹여 살리는 기술우위의 시대다. 첨단기술개발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한 위치를 확보하려면 먼저 기술력을 길러야 한다.
과학기술이 뒤처지면 아무리 머리로는 「노」라고 말하고 싶어도 입에서는 「예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21일은 30번째 맞는 「과학의 날」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오늘이다.